국내 자판기산업이 전반적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캔자판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커피자판기와 복합자판기 등의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캔자판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날씨다. 날씨야말로 캔자판기 수요를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의 날씨를 보면 대체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더웠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캔자판기 수요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의 경우 비교적 서늘한 날씨로 인해 음료회사의 매출도 떨어지고 캔자판기 수요도 덩달아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캔자판기, 특히 여름철 시원한 음료를 판매하는 캔자판기는 음료업계 경기와 동행하는 셈이다.
업계는 올해 캔자판기 수요가 지난 95년 수준으로 회복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판기업계가 올해 캔자판기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음료회사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최근 국내시장에 코카콜라 음료를 독점 공급해왔던 한국코카콜라가 한국코카콜라보틀링(CCKBC)사로 출범하면서 우성식품, 호남식품 등의 기존 보틀러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청량음료시장 석권을 선언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롯데칠성, 해태음료 등 국내 음료업체들은 그동안 쌓아온 아성을 지키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은 그동안 무색 청량음료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해 왔으나 CCKBC의 출현으로 독보적 지위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음료시장을 놓고 대격전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자판기 수요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롯데칠성은 계열사인 롯데기공에 캔자판기를 거의 발주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2천대 가량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CCKBC도 국내 직판체제 구축에 향후 5년간 3천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다른 음료회사들도 CCKBC의 공세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 영업부문에 집중투자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캔자판기 수요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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