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5);아펙스

도전과 응전 그 현장을 가다 (3)

이름 그대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승부하는 모험적인 중소기업을 일컫는다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 벤처기업 1호인 아펙스(대표 김상호)는 대표적인 벤처기업에 속한다.

91년 1월 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이던 김사장 본인의 출자자금 1억 4천만원, 전자통신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공모자금 2억 2천만원, 창업투자회사 자금 4천만원 등 총 4억원의 자본금으로 창업을 결행, 그것도 대기업마저 포기한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회사를 창업 6년만에 자본금 18억원, 매출액 50억원, 연건평 1천8백여평규모의 제조공장, 종업원 95명에 이르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상호 대표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소규모 자본, 고학력의 엔지니어, 전문적인 마케팅, 투철한 프로의식 등을 갖춘 모범적인 기업인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전자통신 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던 90년대 초반 과학기술처의 반도체장비 국산화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던중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전이 어렵다』고 판단, 창업을 결심한다.

벤처기업 창업시 가장 큰 어려움을 꼽히는 자금난을 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들에 의한 주식공모로 해결한 김상호 사장은 이듬해 1월 현재는 유흥가가 되어버린 궁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대기업도 꺼리는 반도체 제조장비시장을 대상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다.

아펙스의 이처럼 무모한 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떤 것은 주식공모과정에서 참여한 전자통신연 연구원들의 기술지도와 해외시장 동향,국내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정보등을 아낌없이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펙스 창업 당시 주식공모에는 당시 소장이었던 경상현 전정보통신부 장관도 50만원을 투자했을정도로 많은 연구원들이 주식공모에 참여했고 이들은 결과적으로 아펙스를 자신들의 회사로 여기고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테면 아펙스는 다른 벤처기업과는 달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반도체관련분야 연구원들을 수십명을 거느린 굴지의 연구소인 셈이었다. 여기다가 전자통신연구원에서는 당시 김상호 대표가 개발했던 관련분야 26개의 특허에 대해 사용권을 주었고 심지어는 칸막이,사무집기등도 지원하는 등 창업1호의 사업 성공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보내 창업성공을 기원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아펙스는 대기업들이 기존 제품을 생산하거나 약간의 기술적 보완이 첨부된 제품을 내놓는 것과는 달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LPCVD,Photo CVD,RTP장비,고밀도 플라즈마 에칭장비등을 상품화해 시장공략에 나섰다.

특히 지난 93년부터는 차세대 핵심장비인 각종 실리콘 계열 및 화합물계열의 MOCVD(유기금속화학기상증착)장비등을 개발하기 시작,국내 반도체 3사를 비롯한 연구기관에 반도체 제조장비로 납품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 장비는 기존 D램 제조용 화학물질인 실리콘 재료대신 강유전체 물질 및 고유전체 물질인 바륨,스트론튬,티타늄드의 화합물을 사용,증착신뢰성을 향상시킨 제품으로 2백56D램 이상의 초고집적 반도체 공정에 적합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펙스는 이 장비에 대해 향후 현장적용 시험평가 및 자체 성능 개선을 거쳐 1GD램,4GD램등의 시제품 생산및 양산라인에 적용할 계획이어서 국내 반도체 제조시장의 핵심장비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특징중에 하나인 영업전략부문에 있어 아펙스의 전략은 주로 장비의 가격경쟁력,서비스 경쟁력을 통한 시장 진입이다. 이러한 전략은 선진국의 장비가 활개를 치고 있는 반도체 제조장비시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존전략이 된다. 고객지원팀을 통해 판매된 장비의 이력관리,고객의 요구사항 수렴을 통한 보완작업등이 이들 영업전략의 주요 핵심이다.

최근에는 미국 산호세와 텍사스에 영업망을 구축해 본격적인 외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싱가포르등지의 바이어등과 상담을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이들의 영업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올해 매출액 목표 1백50억원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98년 3백억원,99년 6백억원,2천년 1천억원 매출달성이라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DEMO장비에 의한 공격적인 영업,인원보강,전문기술영업인원 육성,영업자료의 데이터화,새로운 아이템 발굴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내달중으로 장외주식시장에 등록,69억 4천만원에 이르는 자본금을 추가확보하게 돼 전자통신연구원 출신 창업기업으로서 든든한 입지를 다져갈 것으로 보인다.

<대전=김상룡 기자>

『회사연혁』

1991.1 전자통신연 연구원 창업지원제도 1호로 창업

1991.3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공장설립

1991.4 부설연구소 설립

1993.6 벤처기업상 수상(과학기술처,한국종합기술금융)

1993.11국민은행 선정 유망중소기업 선정

1994.12우량신기술기업선정(기술신용보증기금)

1996.5 본사 및 공장이전(충북 청원군 남이면)

1996.12중소기업 대상 수상(통상산업부 장관상)

[인터뷰] 아펙스 김상호 사장

『벤처기업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미래 신기술에 대한 시장예측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적어도 5년 앞을 내다볼 수 있어야만 그에 대비한 기술력, 영업력, 인력확보 등이 가능합니다.』

아펙스 김상호 사장이 꼽는 벤처기업 성공조건은 바로 미래기술에 대한 예측이다. 이러한 그의 지론은 시장 진입에 성공할 경우에는 높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지만 반면 실패위험도 높은 벤처기업의 생존전략이 아닐 수 없다.

『연구원 출신 창업기업은 돈만 갖고 창업하는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 성공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업기업들의 애로사항인 자금부문은 벤처기업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 기술력만 있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력이 없으면 새로운 원천기술은 물론이고 개량기술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김 사장은 연구원이 창업할 경우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예측, 적응력, 연구원 시절 쌓아놓은 풍부한 인맥이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 공략과 기술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자통신硏 선임연구원 출신인 그가 연구원 출신 창업이 쉽다고 주장하는데는 전자통신연 반도체연구단에 재직중인 60여명에 이르는 그의 투자자들이 각종 관련정보, 기술제공 등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그는 벤처기업이 성장하는데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력, 우수한 연구 및 마케팅 인력, 벤처기업 성공에 대한 의지력, 인맥 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특히 직원 스스로 「기업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주식공유를 통한 공동체 의식, 빠른 문서결재, 전결제도 확대, 격의없는 토론문화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의식이 모여야만 벤처기업이라는 작은 배를 오대양 육대주로 몰고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은 벤처기업은 창의적인 제품개발을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 판매된 제품에 대한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술력을 앞세워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아무리 품질좋은 제품이라도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연구원 출신인 그의 이러한 생각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 조만간 판매될 제품, 미래에 판매될 제품 등으로 구분, 총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대부분의 벤처기업 사장들이 그렇듯 그 역시 국산화의 선봉자다.

『세계 반도체 경기는 98년부터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장비시장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현재 90%에 이르는 반도체장비 수입의존도를 50%대로 줄여나가지 않으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물량공급여하에 따라 국내 시장이 좌우되는 불행한 현실이 도래할 것입니다. 적어도 2000년까지 국내 반도체 제조장비의 50%를 국산화해야만 이러한 심각한 대외종속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는 환경변화나 기술혁신에 재빨리 대응해 그것을 상품화할 수 있는 순발력과 기업가 정신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포진해 있어야만 국내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특히 기술혁신 폭이 큰 컴퓨터, 정보통신, 전자업종의 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대전지역 연구원 창업기업 모임인 대덕21세기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벤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담보제도의 현실화,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병역특례제도 개선, 연구원출신 창업활성화를 위한 5년동안의 연구원 휴직제도 명시, 벤처산업단지에 대한 특별지원, 주식장외시장 양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벤처기업의 생존보다는 성공여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부의 벤처기업지원책은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돼야 합니다.』

<대전=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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