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현철씨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성호 전대호건설 사장의 소유로 알려진 서초케이블TV(대표 유재홍) 등 8개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의 향후 처리방향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성호씨는 서울지역의 「서초」「관악」「동작」「동서울」 등 4개 SO를 포함해 부산의 「부산」,대구의 「금호」,경북의 「경북」 그리고 충북의 「청주」 등 모두 8개의 SO를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케이블TV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H그룹에서 이면계약을 통해 이들 SO를 인수한 것으로 소문이 나돌았다.
따라서 이번 서초케이블TV관련 8개 SO의 향배에 대해 관련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김현철씨 사건과는 관계없이, 이번 사태가 상황에 따라서는 앞으로 케이블TV SO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현행 종합유선방송법에서는 SO의 복수소유(MSO)가 금지돼 있다. 때문에 요즘 케이블TV업계 관계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서초 MSO」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관심의 초점은 「앞으로 공보처가 어떻게 칼을 빼어들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부터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MSO가 현실로 드러난 데다 공보처가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난 것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수수방관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공보처의 입장은 단호하다.『현재까지의 검찰 수사결과를 공식으로 통보받은 바 없다. 검찰에서 수사중이므로 그 결과를 봐야 한다. 공보처에는 수사권이 없어 별도로 조사할 수 없다. 나중에 검찰수사가 끝나면 관련자료 일체를 요청해 제공받은 뒤 별도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보처로서는 또다른 애로사항이 있다. 즉, 공보처는 이미 수년전부터 개정 및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새 방송법에서 SO의 복수소유(MSO)를 허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일부 SO들은 새 방송법이 제정되기만 기다리며 은밀히 MSO를 준비해왔고, 이를 공보처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새 방송법의 입법취지를 따를 경우에 이미 MSO는 허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야의 정치적 현안에 묻혀 있는 새 방송법의 입법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지금쯤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새방송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고, 현행 종합유선방송법에는 MSO가 엄연한 위법이기 때문에 공보처로서는 『칼을 빼어들 수도, 넣어둘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현행 방송법에서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새 방송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대기업의 방송사업 참여」를 공보처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케이블 TV업계에서는 이성호씨가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서초MSO」가 H그룹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그동안 H그룹계열 H전자쪽에서도 그다지 부인하지 않았고, 케이블 업계 관계자들도 대부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서초계열로 밝혀진 7개 SO의 대표이사가 최근 한꺼번에 교체됐다. 이 가운데 서울 모SO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신임대표에게 『실사주가 누구인지를 밝혀라』고 요구했지만신임사장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직원들은 『현재까지도 실사주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며, 소문으로만 H그룹이 관계돼 있다고 들었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H그룹 이외에도 현재 S그룹이 경기도와 대구의 모SO를, D그룹은 서울의 모SO, L그룹은 인천의 모SO 등을 각각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등지의 또다른 SO들도 이미 대기업이 사들였다는 「믿을만한 소문」이 퍼져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보처는 관련부처와 협의해 이런 사실을 조사한 뒤,행정적인 「특단의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특히 2차 SO허가를 앞두고 있는 공보처로서는 그냥 덮어둘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특히 공보처는 『현행법에 금지돼 있다』는 이유로 현재의 1차 SO들의 2차 SO사업참여를 전면 금지시킨 바 있다.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서초SO」의 MSO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이상, 조만간 공보처가 빼어들 칼이 「날이 선 것인지, 무딘 것인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조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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