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외 전자산업 새물결 (1);프롤로그

다가올 변화를 어떻게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가. 국내외 전자 관련 기업들이 하나같이 명쾌하게 풀고 싶어 하는 숙제다. 세계 전자산업 환경이 쉽사리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자산업은 기술적 또는 환경적인 면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자산업에는 복고적 또는 전통적이라는 단어가 차지할 공간이 거의 없다. 따라서 업체의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가능성이 어느 산업 부문보다 크다. 따라서 앞서가기 위한, 또는 낙오되지 않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자산업의 변화 속도는 90년대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빨라 지고 있다.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전의 가전이나 단순한 통신 분야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변화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인터넷의 보급확산, 위성 통신 및 무선통신의 발달은 이전에 통신과 컴퓨터 등으로 구분돼 있던 정보통신 분야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내고 있다.

업체들은 이제 항상 깨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숨돌릴 틈조차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생존전략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기술 개발을 통한 흐름의 주도는 지금이나 앞으로나 가장 확실한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도 이전과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TV나 전화기, 컴퓨터 등 하나의 제품만을 개발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기기들은 가전, 방송, 통신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서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전, 정보통신 등의 영역이 사라지고 있으며 고유영역이라는 울타리는 이제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기능이 하나로 묶이면서 관련 기기에 대한 호환성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 지고 있다. 이 때문에 DVD 등 새로 개발되는 첨단 기기 개발과정에는 업계 표준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다니고 있다. 또 이 표준 제정을 주도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개별 업체들간의 경쟁이 이제 이해 관계에 얽힌 집단과 집단간의 경쟁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업체간의 연대도 최근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업체간 제휴는 동업종과 이업종 할 것 없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업종간 제휴는 역할분담을 통한 경쟁력 확대를 위해, 동업종간의 제휴는 역할분담이라는 목적 외에도 「세불리기」를 통한 시장 주도를 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제휴는 분야별, 품목별로 세분화되는 양상을 보여 동일업체에 대해서도 협력과 경쟁관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등 이해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자기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업체도 늘고 있다. 가전업체의 정보통신기기 부문 진출은 차치하고라도 소프트웨어 업체의 통신부문 진출이나 하드웨어 업체들의 소프트웨어부문 진출, 네트워크업체들의 소프트웨어부문 진출, 방송업계의 정보통신부문진출 등 업체의 색깔 자체의 변화를 가져오는 변신도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전자산업의 금세기말 최대 사건은 최근 2~3년 동안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터넷 열풍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 등 업체들의 움직임은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박단소로 압축되는 제품개발 기술이나 대용량, 고속처리능력을 생명으로 하는 반도체 통신장비 등의 기술 개발 등 기반 기술들은 이같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또 이같은 기술들이 나무뿌리 처럼 전자산업 전체를 지탱하면서 또다른 발전을 끌어내고 있다.

본지에서는 21세기를 향해가는 길목에서 전환기의 전자산업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조류, 기술의 흐름 등 변화의 실체를 장기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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