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형태에 따라 그 구성원들이 다양하겠지만 멀티미디어 SW 제작분야처럼 여러 방면 전문가들의 상호 협조가 필요한 곳도 흔치는 않은 것 같다. 문자, 음향, 비디오, 미술 등 멀티미디어 SW의 제작에는 여러 전문 분야의 지식과 유기적인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 제품 제작을 구상하는 기획자, 내용 구성을 하는 시나리오 담당자, 그림 분야를 담당하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음악을 담당하는 작곡가, 여러 가지 유형의 자료들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표현되도록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프로그래머, 이런 일련의 팀을 진두 지휘하는 관리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멀티미디어에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을 작성할 줄 아는 엔지니어와 컴퓨터 그래픽을 할 줄 아는 몇몇 사람만 있으면 멀티미디어 SW를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간단한 형태의 소프트웨어들은 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상품을 제작한다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멀티미디어 초창기에는 제작 책임자들조차 간단히 생각하고 멀티미디어 SW, 즉 CD롬 타이틀을 만들고자 계획했고 또 실제 제품을 제작하기도 했다.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경험이 돼 지금은 여러 분야의 멀티미디어 SW 제작 전문가들로 복합적인 제작팀이 구성됐다.
그렇지만 멀티미디어 SW 제작에는 아직도 전문 인력 수급이 난감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제품 기획이나 시나리오 제작에 대해 국내 어느 학교나 학원에서도 이를 교육시키는 곳이 없고 컴퓨터 그래픽 분야는 산업 디자인이나 광고 분야에 교육이 치중돼 있으며 프로그래머는 4년 동안 한 강좌 정도의 멀티미디어 기초교육 정도로 끝나고 마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멀티미디어에 꼭 필요한 음악 작곡 분야 역시 황무지 상태긴 마찬가지다. 현실이 이러해 제작사의 고충은 참으로 크다. 너무나 많은 시간을 들여 사내에서 각 분야의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전문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여러 달을 소요한다.
최근 다행히도 일부 전문대학에서 멀티미디어 관련 전공학과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니 긴 가뭄에 단비같은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과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모든 학생을 슈퍼맨으로 키우려는 계획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여러 전문 분야의 과정이 구분없이 망라돼 있다.교과 편성은 한 학과에 전문 분야의 구분없이 구성돼 있거나, 상호 보완관계를 전혀 고려치 않고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해 봐야 제 몫을 다할 리 만무하다.
멀티미디어 SW 제작시 기획, 시나리오 작성, 그래픽 제작, 프로그램 제작, 작곡, 프로젝트 관리 등은 서로 이질적인 각각의 특별한 전문성을 요구하며, 동시에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독립적인 전문성을 위해 세분화된 전문 교육이 초기부터 구분돼 집중적으로 유지돼야 하고, 각 전문 분야간의 상호 보완적인 공통 교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멀티미디어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목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려면 우선 어떤 전문가가 필요한지, 그 전문 분야에 알맞은 교과 과정은 어떻게 편성하여야 할 것인지를 다시 심사숙고하여 현실에 필요한 전문가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주)세광데이타테크 부사장 박지호(朴智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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