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51)

진기홍 옹은 계속 요람일기를 읽어 내려갔다.

체신과장이 경성에 있는 일본 우편국장과 담판한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다나카:암호로 된 사전(私電)은 접수나 발신하지 못하고 또한 전보 및 우편에 관한 모든 사무는 서로간에 일체 비용을 면제케 함이 타당하며, 귀아 양국간의 전보를 인편으로 송달하면 지체될 우려가 있으니 내일부터 선로를 부설하고 전신장치를 설치하여 상호 약속한 방식대로 직접 타전(打發)하기로 이미 귀원(통신원)의 승낙을 받았다.

김철영:당신들이 전사에 온다는 것은 이미 본원 총판의 명령을 받아 방문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귀아간 통신사무를 편의에 따라 시행하여 서로 방해하지 않음이 타당할 것이고, 이미 말한 사무보(司務報)의 면비(勉費)와 사전암호의 금지, 접련기계(接聯機械) 등의 일은 마땅히 본원 총판에게 보고한 후 허락을 얻어 시행 여부를 회답할 수 있다.

다나카:전사(電司) 고문관 미륜사(彌倫斯)의 평상시 업무가 어찌 분장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당 사무는 우리가 대신해도 서로 방해되지 않으니 해당 직원에게 말해서 전사에 나오지 못하게 함이 타당할 것이다.

김철영:직원의 사무분장은 전보사장이 담당케 하였으니 당신은 간섭말라. 미륜사에게는 이미 자세히 알려 나오지 못하게 하였으니 그리 알라.

다나카:개성, 평양에 전화가 아직 없는가.

김철영:이미 있다.

다나카:두 곳의 전화통신은 필요에 따라 혹시 전화가 끊기는 경우가 있을 것이니 이유를 각 직원에게 공포하여 잘 알도록 하기 바란다.

김철영:이 역시 총판에게 보고하여 지시를 받아야 한다.

다나카:이상의 사항은 우리 천황폐하의 칙교(勅敎)다. 귀국 대황제 폐하(고종)께 보고한 내용이다. 내 마음대로가 아니다.

김철영:전사에 머무르고 있는 귀국원과 헌병이 몇 명이며, 밤에도 있는 자가 또한 몇인가? 우선 통지한 후에 묵을 곳을 배정하겠다.

다나카:머무르는 자는 전화소를 합하여 3, 4명이고, 헌병은 2, 3인이다. 헌병은 보초를 둘 것이다.

진기홍 옹은 일기의 내용이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백년.

1백여년 전의 글들이 살아나는 듯했다.

당시의 대화가 생생히 들려오는 듯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