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요금만 지불하면 인터넷에 무제한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단일요금체계(flat- rate system)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서비스 불통 등 인터넷정체의 주범으로 단일요금체계가 지목되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AOL의 인터넷서비스 불통은 이 회사가 월 20달러의 단일요금체계를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저가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회사측의 선전에 고무된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몰려들었고 결과는 AOL네트워크의 마비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서비스 부실을 주장하며 AOL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AOL이 네트워크 용량확충 등 서비스개선을 위해 3억5천만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서비스 불통을 둘러싼 민원은 일단 가라앉았지만 AOL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이 인터넷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언제 다시 돌발할지 모르는 인터넷 마비를 우려하고 있다.
또한 업계는 업계 나름대로 이번 기회에 단일요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AOL사태는 단적으로 표현된 사례였을 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내재된 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체들은 인터넷수요를 포괄할 수 있는 회선용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단적으로 말해 한번에 5% 이상의 가입자가 접속할 경우 서비스는 언제든지 마비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나마 AOL은 3%이상의 가입자들이 서비스에 동시 접속할 경우 불통될 수 있을 정도의 적은 네트워크용량을 갖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전화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전화이용자들은 한번 접속으로 4분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반면 인터넷이용자들은 한번 접속후 대개 45분 이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의 동시 이용 가능성이 일반 전화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ISP들이 애당초 단일요금체계를 채택한 이유는 무얼까.
ISP들은 이 요금체계가 고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오히려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ISP들은 월 20달러의 요금은 가입자들이 한달에 8시간 접속할 경우에 적절한 요금이라고 지적한다. 하루 평균 20분만 접속한다 하더라도 ISP들로서는 회선임대 비용 등으로 지불이 더 많아져 적자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단일요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경쟁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무제한 접속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요금부과로는 시장경쟁에서 밀려 도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금과 같은 단일요금체계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계속되는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ISP는 별로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따라 ISP들이 나서서 단일요금체계에 변화를 주려하고 있다. 현재 컴퓨서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채택중인 단일요금체계는 넷콤 온라인을 시작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넷콤은 단일요금체계의 대안으로 피크타임 사용에 대해 서비스요금을 차등 부가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전중에는 저렴한 요금을 매기고 접속이 증가하는 오후에는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혹은 기본 외의 부가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받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케이블TV처럼 기본채널 외에 부가채널에 대해 요금을 더 받는 방식이다.
이같은 요금부과방식 개선으로 이용자들의 인터넷접속은 다소 분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요금인상의 성격을 띤 이같은 편법으로는 본질적인 인터넷정체 현상을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인터넷정체 해소방법은 기술에 있다. 가장 현실적인 기술로는 패킷 교환망방식을 들 수 있다. 패킷교환망방식은 음성전송과 별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방식으로 케이블모뎀이나 디지털 가입자회선(DSL)기술이 이에 포함된다. 이 방식은 데이터전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어 업체들의 기술 개발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기술이 본격화될 때까지는 인터넷정체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는 셈이고 당분간 소비자들은 인터넷정체 때문에 접속을 포기하든지 혹은 높은 서비스요금을 감수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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