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美産 소니TV 허와 실 (하);전망

미국, 멕시코에서 생산된 일본 소니 TV가 국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저급품 홍수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향후 국내 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33∼34인치형 제품시장을 가로막고 있다는데 있다.

우선 병행수입업자들의 난립으로 불량제품이 나돌면서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정부 차원의 사후관리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 관계당국은 뒤는게 밀수제품 단속을 준비하는가 하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이들 제품을 수거, 국산품과 성능비교검사를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불량제품을 판매하는 수입업자, 제품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무역마찰을 피하면서 외국제품의 자국시장 진출을 교묘히 피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무역에 관한 모든 업무를 정부가 주도, 간섭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을 뿐 아니라 방대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우매한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병행수입업체의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막아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관련기관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기용품관리를 민간기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歐美, EU지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직접 관할하고 있어 엄격한 듯 보이나 실제로는 외국에 비해 절차가 단순하고 처리기간도 짧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형식승인 당시 확인한 AS체계와 지정시험기관을 통해 시험한 변압성능에 대해 사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형식승인 이후 AS체계가 부실해지거나 수입업체 임의로 제품을 개조하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대거 유입되고 있는 소니 TV는 병행수입업자들이 대부분 안전검사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 모델만 형식승인 등의 검사를 통과한 이후 나머지 제품은 기준 미달 부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 산하 국립기술품질원이 지난해 하반기 전기용품 수입판매업체 6백84개사를 대상으로 안전성 시험 및 AS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중 미국에서 소니 TV를 수입판매해온 푸른전자는 기준 미달 부품을 사용, 업무정지 및 수거, 개선명령을 내렸고, AS 인원이 확보되지 않고 장비가 미흡한 동리상사 등 12개업체 18건과 주소지 이전으로 소재지 불명인 영신전자 등 40개업체 66건 등 84건에 대해 형식승인을 취소했다.

선진국들은 형식승인 등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민간단체에 이관시켜 강력한 기준과 규제로 경쟁국들의 수, 출입 통관을 사전에 지연 내지 통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무역장벽을 만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책임지는 해당부서가 없어 사후 약방문식으로 문제가 발생한 다음 뒷수습하기에 바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일본 소니 TV는 29인치형과 34∼36인치형제품을 주력으로 공급, 우리나라 TV업체들이 향후 나아가야할 길을 가로막고 있어 국내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TV시장은 주력판매제품이 25인치에서 29인치형으로 바뀐 상태이고 2∼3년이후 34인치 이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9인치형 제품은 가격이나 성능, 디자인 등에서 국산제품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34인치형 제품의 경우 국내 수요가 한정돼 있어 브라운관의 생산이 안되고 소량생산체제 하에서 소니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맞출수 없다는데 업계가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소규모 병행수입업자들이 들여오고 있는 염가형 29인치 제품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만 별도의 판촉물로 제작, 일선 대리점에 배포하고 있는 수준이다.

나아가 34인치형제품 시장으로 돌아설 경우를 대비해 일부 업체에서는 중국, 동남에서는 생산, 후진국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국내 산업의 공동화현상이 조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소니사는 올 연말경부터 한국실정에 맞춘 TV를 제작, 본격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조만간 국내 전자시장 안방을 일본 업체가 차지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원연·최정훈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