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기용품 형식승인제 전면개정 시급하다 (4);대안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전기용품형식승인제도에 관한 여러 문제점들은 근본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형식승인체계의 획기적인 개혁을 위해선 무엇보다 안전관리법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게 중론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안전관리법을 철폐,외국과 같이 형식승인의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기구로 대폭 이양,업계에 자율에 맡기든지 아니면 정부주도의 「덴토리마크」(갑종)와 민간자율의 「S마크」(을종)제를 실시중인 일본처럼 위험도에 따라 형식승인 체계 자체를 2원화,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갑작스럽게 변화하면 많은 혼란을 초래하듯,현행 형식승인을 단숨에 민간자율로 전환했을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2백33개의 형식승인 대상기기를 생산하는 1만7천여업체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중소 전기전자업체들의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형식승인제도를 완전히 바꾼 철저히 민간주도의 새로운 안전규격승인제도의 출현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바람직하지만 갑작스런 체제변화에 따르는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형식승인의 대수술을 가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개선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대상기기 선정기준을 나열식에서 포괄식으로 전환하는 것. 즉,대상품목을 정부가 일일이 고시하는 대신 외국처럼 「일정 전압 이상의 제품」으로 변경해 신제품, 복합제품 등에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안전규격관련 공통법률인 저전압지침서상의 대상기기를 AC는 50~1천V,DC는 75~1천5백V로 책정,신제품들도 별도 고시없이 대상기기 범주에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도 정통부가 주관하고 있는 EMI검정규칙을 최근 나열식에서 「특정 주파수 이상」을 대상기기로 하는 포괄식으로 변경한 바 있다.

「카테고리 인증」을 일부 회로가 변경된 품목까지 포함하는 「모델별 인증」으로 변경하는 것도 시급히 조정해야 할 부분이다. 카테고리인증은 제조 및 판매업자들에겐 유리할지 몰라도 1년에도 수 차례씩 모델이 바뀌고,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유사제품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시험 및 인증비용을 현실화,정확한 시험이 가능토록 유도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시험비의 현실화는 시험비인상을 초래,중소업체들의 불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험기술이 궁극적으로는 전기전자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결부되기 때문에 거시적 안목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시험비를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도 자체의 민간이양이 어렵다하더라도 시험기관의 문호개방과 민간이양 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현재 형식승인시험보다도 훨씬 까다로운 외국 규정을 만족시킬만한 능력을 가진 기업체 랩이나 전문시험소만도 수십개에 달한다. EMI만해도 현재는 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 2곳이지만 EMI시험이 무난한 업체는 수십개에 이른다.

이 밖에도 현행 형식승인제도가 기본 틀 속에서 변혁을 가하는 대안으로는 기술기준을 국제수준(IEC)으로 끌어올리는 것,사후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시험 및 승인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것 등 문제가 많은 만큼 대책도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정부주도 구도 속에서의 개혁은 임시방편에 그칠 뿐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국제추세에 맞춰 주체를 완전한 민간자율제도로 바꾸고 단편적인 승인에 머물고 있는 형식승인이 명실상부한 모든 제품의 안전을 고려하는 안전규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규격전문가는 『현행 형식승인 제도의 체질개선은 통산부와 품질원의 발상전환으로 가능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며 『지금처럼 업종에 따라 전기용품은 통산부,의료기기는 복지부,정보기기는 정통부,자동차기기는 건교부,환경관련제품은 환경부 등으로 복잡하게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는 범 부처간의 의견조율과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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