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외국 중대형컴퓨터업체는 약 20여개 남짓하다. 이들 외국 중대형컴퓨터업체는 최근들어 국내 현지법인의 대표를 한국인으로 임명하는 등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본격화하고 있는 외국계 중대형컴퓨업체들의 현지화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사건이 최근 발생, 중대형컴퓨터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사건 내용은 지난해 6월 한국후지쯔 사장으로 재직하다 돌연 퇴임한 이경호씨가 최근 한국후지쯔를 상대로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경호 전 한국후지쯔 사장은 27일 열릴 소송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년 이상 봉직, 최고경영자의 위치에까지 올랐었으나 한국후지쯔내 일본 경영진으로부터 지나친 간섭과 굴욕적인 언사 등을 받았다』면서 『한국후지쯔의 이같은 행동에도 불구, 한국후지쯔를 안정적으로 경영했는데도 자기를 불명예스럽게 퇴진시키고 퇴직금마저 제대로 주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후지쯔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일본인 무라다 마사키 부사장은 『전임 이경호 사장을 부당하게 간섭한 사례가 없으며 퇴임시도 나름대로 의전 절차를 갖췄다』고 설명하면서 『다만 경영자의 교체는 일본 후지쯔의 고유 권한이고 한국후지쯔가 더욱 사세를 확장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만 연봉 산정 및 퇴직금 지급에 있어 이경호씨와 견해차가 발생한 것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주장하고 있는 퇴직금 미지급분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국내 진출 외국 중대형컴퓨터업체의 국내 법인의 운영방식이 소송 와중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돼 한국후지쯔는 물론 여타 외국계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소송 진행과정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국내 법인의 사장을 선임하는 방법 즉 사장 물색에서 연봉 제시 및 이에 따른 협상, 인사, 영업은 물론 국내 현지 법인장의 전반적 권한 등이 자세하게 열거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외국계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의 국내 현지화 전략 및 對한국관 등이 모두 노출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중대형컴퓨터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송사는 이경호씨와 한국후지쯔 간의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내 진출 외국계 중대형컴퓨터업체의 현지화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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