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인간이 에너지 고갈과 각종 환경오염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되면서,환경이 21세기를 앞둔 지구촌의 또 다른 화두로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좋은 제품을 그저 값싸게 만들어 팔기만 했던 기업들에게도 앞으로는 환경보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력이 없이는 지속적인 산업발전과 국제 경쟁력을 상실,경쟁대열에서 낙오되기 쉽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환경경영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결부돼 경쟁력의 새로운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 판매하기 위해 고려했던 시장성,품질,비용이라는 기본적인 인자(factor)에 앞서 어떻게 하면 제품을 환경에 대한 배려를 통해 만들 것인가,즉 「환경친화적」인 마인드를 우선 고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공식 출범에 따른 비관세 무역장벽의 부상으로 세계가 바야흐로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각종 기술 규격과 함께 각국이 환경보호란 명분아래 환경을 무역규제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환경경영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87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의해 품질경영(ISO 14000시리즈)시스템 인증이 태동,제품 자체보다는 이를 만드는 과정이 국제무역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온 데 이어 이제는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들의 환경경영(ISO 14000시리즈)시스템인증이 무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본적인 골격을 완성하며 국제 환경경영 표준의 근거를 마련한 ISO 14000시리즈 규격의 태동은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지구환경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 것은 이 보다 훨씬 오래전의 일이다.
물론 70년대 이탈리아 로마 석학들의 모임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천연자원들은 현 상태로 방치하면 약 2020~2050년이면 모두 고갈될 것이란 우려의 보고서가 나오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환경을 범 지구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92년 리우정상회담에서부터다.
「지구환경보호」란 주제로 열린 리우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21세기 국가와 기업,그리고 개인이 취해야할 행동강령으로 「환경과 개발에 관한 라우선언」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UNDP(국제연합환경계획)는 세계의 주요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경제인 회의(BCSD:현 WBCSD)」를 개최해 환경관련 국제규격 제정을 ISO에 요청했다. BCSD의 요청에 의해 ISO는 93년2월 이사회를 열어 환경경영에 관한 전문위원회(TC 207)를 설치했으며,6개 분과위원회와 1개 작업반을 구성해 규격제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어 여러차례의 분과위와 작업반의 회의를 거쳐 96년6월 4차 총회에서 ISO 14001(환경경영체제-구조 및 이용지침)을 비롯한 5개 기본규격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제정일지 별표)
ISO 14000규격 시리즈는 아직 기본 골격만 갖추었을 뿐이며,TC 207중심으로 계속적인 추가 제, 개정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ISO 14000의 기본적인 구성은 환경경영체제(EMS),환경감사(EA),환경레벨링(EL),환경성과평가(EPE),전과정평가(LCA),표준용어정의,제품규격의 환경적 관점(EAPS) 등 7개 분야로 나뉘어 규격제정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중 가장 기본적인 뼈대는 14001~9까지의 환경경영체계(EMS). 현재 EMS분야에서는 14001(세부지침)과 14004(일반지침)가 확정됐다. EMS는 환경에 관한 조직의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시스템에 관한 기준,구체적으로는 기업들이 환경방침의 설정 및 목표달성 계획과 실행 매뉴얼작성,환경감사의 실시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 다음으로는 14010~19까지의 환경감사(EA)로 현재 10(환경심사지침),11(심사절차),12(환경심사원자격요건)등 3개 규격이 확정됐다. EA는 환경감사의 일반 원칙에 관한 규격의 감사를 실시하기 위한 순서에 관한 기준서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EPE는 기업 조직의 환경해동,실적을 정량적 파라미터를 사용해 평가하는 방법이며 14040~49까지의 번호로 명명된 LCA는 제품의 환경영향을 원료조달 단계에서 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분석,제품의 환경영향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방법 및 기준을 명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ISO 14000시리즈는 기본 안이 확정된 EMS와 EA분야를 제외하고는 EL,EPE,LCA 등 대부분의 보조 규격이 작업반의 초안(WD) 단계이거나 분과위원회초안(CD)으로 약간 진전된 상황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WTO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등 주요 국제기구를 주도하고 있는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규격제정작업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규격 제정과 함께 ISO 14000규격을 실질적인 환경에 의한 무역규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선진국들은 개별적으로 ISO 14000규격을 채용,인증획득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태세다. WTO도 ISO 14000을 국제무역의 근간으로 유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WTO체제 출범과 OECD가입을 계기로 「환경에 관한한 세계를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찌감치 ISO 14000시리즈 인증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이미 국제규격이 초안(DIS)이 발표된 95년부터 96년까지 2차에 걸쳐 중기청(당시 공진청)을 실무부처로 ISO 14000 시범인증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이어 우리나라는 ISO 14001 국제규격이 확정,발표된지 한달만인 지난해 10월에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을 발효시키는 한편 같은달 23일에는 국제규격(ISO 14000)을 준용한 한국식 환경경영인증제도를 공식 출범시켰다.
특히 정부가 주도해온 품질경영(ISO 9000시리즈)인증과 달리 환경경영인증제도는 처음부터 사단법인 한국품질환경인증협회(KAB:회장 김승연 한화그룹회장)라는 민간기구를 통해 완전한 민간주도로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몇안되는 ISO 14000인증제도 운영 국가로 알려져 있다.
국내 환경경영인증제도는 관련 법령제개정 및 정책을 조율하는 정부(통상산업부)를 정점으로 인증기관 지정 및 감사,심사원 양성 등 전반적인 인증제도를 실질적으로 주관하는 공식 인정기관인 KAB와 기업들의 실사를 통해 인증서를 발급하는 인증기관,연수기관,그리고 사설 컨설팅업체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KAB를 통해 인정받은 인증기관으로는 한국능률협회인증원(KMA-QA),한국품질인증센터(KSA-QA),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KAITECH-KTL),한국환경품질인증지원센터(KOTRIC-QA),한국생산성본부 품질인증원(KPC-QA) 등 5개 기관이며 한국표준협회(KSA), 한국생산성본부(KPC), 한국품질관리기사회(KQA) 등 3개 기관이 연수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초창기 시범인증제도를 통한 정부의 정책적인 유도와 KAB를 통한 민간주도의 인증제 시행 등 적극적인 붐 조성에 힘입어 현재 ISO 14000인증을 획득한 국내 기업수는 화학, 기계, 전기, 전자, 제지, 건설 등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약 1백여개사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안으로 2백여개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정도로 ISO 14000인증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해외 인증기관과 컨설팅업체의 상륙도 두드러져 현재 TUV라인란트, 바이에른, 프로덕트서비스(이상 독일),BSI(영국),UL(미국),DNV(노르웨이) 등 수 십개의 인증기관이 활약하고 있으며 미국,동남아,유럽에 적을 둔 많은 컨설팅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빠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ISO 14000인증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한만큼 우리나라가 현재 환경경영과 관련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상당수의 기업들이 환경친화적 경영이라는 본연의 순수 목적보다는 인증서만을 위한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ISO컨설팅업체인 샬롬인터내셔널의 정인석 사장은 『ISO 14000의 기본 개념이 환경친화적인 기업시스템 구축을 통한 환경보호에 있음에도 불구,국내 기업들은 폐수, 배출가스, 소음 등 법적규제를 피하기 위한 결과물(end of pipe)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환경은 비생산적인 투자가 아니라 기업경쟁력을 위한 「인프라」라는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경영의 본질에 맞추어 피인증업체들을 지도하고 심사할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환경산업의 역사가 짧아 환경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ISO 14000의 심사를 소화하는 데는 환경지식은 물론 경영학과 전문지식 등 폭넓은 식견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인증수요를 고려,심사원을 계속 배출해야 하는 점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우려된다.
이밖에도 환경경영인증제도가 우리나라의 환경보호는 물론 기업들의 환경친화적 체질개선과 환경경쟁력제고를 위한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선 기업들의 장기적인 환경투자,환경관련 전문인력 양성,인정기관의 국제교류확대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자연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잠시 빌려온 것』이라는 환경마인드의 확산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중배 기자>
91.6:국제환경개발회의(UNCED)의 요청으로 기업인에 의한 심사회 창설,ISO 국제환경표준 의뢰.
91.7:ISO와 IEC공동으로 환경전략에 대해 조언하는 임시조직 「SAGE」 설립.
93.1:SAGE의 건의에 따라 ISO가 환경관련 규격제정을 위한 기술위원회(TC 207)발족. 간사국 캐나다를 비롯,18개국 참가.
93.6:제1회 TC 207회의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 6개 분과위원회(SC)와 1개 작업반(WG)설치.
93.10:제1회 분과위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려 작업항목 결정. 작업그룹 편성 및 일정 검토.
94.5:제2회 TC 전체회의 및 각 SC회의 등이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개최,TC전략계획등 발표. TC 207에서 발표되는 규격을 14000대 번호부여키로 결정.
94.9: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위원회 초안(CD)작성.
95.6:노르웨이 오슬로 회의(제3차 ISO/TC 207회의)에서 ISO 14001/14004/14010/14011/14012규격(DIS)을 확정.
96.6:브라질 제4차 TC 207회의서 14001/04/10/11/12규격(FDIS)결정.
96.8~96.10:ISO 14004,14001,14010/11/12 정식 규격 제정. 96.10:한국,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제정.
96.10.23:한국,환경경영인증제도 도입
96.12.7:ISO14001규격을 KS A 14001로 정식 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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