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정 찾은 컴유통시장 (5)

지난 몇 년간 용산지역 컴퓨터 상권을 좌지우지해 오던 한국IPC,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한국소프트정보통신의 연쇄부도로 컴퓨터 유통업계가 한때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한달여가 지난 현재는 어느정도 평온을 되찾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연쇄부도 여파로 사업하기 더 힘들어지지 않았으냐』는 질문에 용산전자상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들은 『부도업체와 거래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체를 제외하곤 모두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덤핑 시장을 주도해 오던 업체들이 도산하면서 덤핑 물량이 눈에 띠게 줄어 오히려 장사하기가 더 편해졌다』고 말하는 매장주들도 있다.

일례로 미국,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CD롬 드라이브를 역수입해 국내 시장에 대규모로 덤핑판매해 오던 업체들이 지난 달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현재 역수입 물량은 과거에 비해 10% 미만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기존 업체의 신용도만을 믿고 무제한으로 컴퓨터 부품 및 주변기기를 공급해 오던 컴퓨터 유통업체들은 최근 과거 영업방식에서 탈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식의 영업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다.

거래업체의 신용도 및 재무정보를 면밀히 파악한 후 제품을 공급해 부도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피해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사업다각화를 통해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한편 주력 상품을 다양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유통만을 해오던 한컴서비스는 최근 하드웨어 유통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미국 최대의 하드웨어 통신판매사인 블랙박스와 손을 잡았다.

소프트웨어 유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유통에도 적극 나서는 등 주력상품을 다변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부품 및 소프트웨어 전문유통사인 삼테크와 전국적인 가전, 컴퓨터 유통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서울전자유통 역시 최근 사업다각화를 위해 이동통신장비 및 가입대행 서비스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삼테크의 정락 이사는 『이동통신 사업 이외에도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컴퓨터 주변기기, 디지털 방송장비 사업에도 적극 진출해 일부 주력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기술집약 상품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중소 조립 컴퓨터업체도 마찬가지다.

조립 컴퓨터 업체들은 단순 조립 컴퓨터 판매에 치중하기보다는 신기술이 부가된 제품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선인상가 엔터컴퓨터시스템의 김동주 사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조립컴퓨터 판매방식에서 탈피해 인터넷, 네트워크 기능을 접목시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 딜러유통은 자제하고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직판영업의 비중을 강화해 어음이 아닌 현금 위주의 영업으로 안전성을 꾀하고 있다.

지난 해 조립컴퓨터 업계론 처음으로 ATX방식의 컴퓨터를 생산, 판매하면서 지난해 불황 한파를 이겨냈던 엠에스디의 윤영태 사장은 『단기간에 많은 매출을 올리겠다는 무리한 욕심 때문에 상당수의 유통업체들이 덤핑, 꺾기 등에 의존하게 된다』며 『낮은 가격으로 구매자의 시선을 끌기 보다는 질좋은 신제품 개발로 승부한다면 충분히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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