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24)

은옥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위성의 관제를 담당하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 있는 것이다.

은옥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이 과장에게 위성체간의 커맨드 패스워드의 변경을 다시 한 번 지시하고 관제실 밖으로 나섰다. 은옥은 밖으로 나서면서 잠깐이었지만 남편을 떠올렸다. 김지호 실장.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저녁식사를 같이하자고 한 남편에게 지금의 사태를 알려주었으면 싶었다. 상황이 발생하여 늦을 것이라는, 어쩌면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전화기를 들었으나 불통, 아직 서울과의 일반전화는 불통이었다.

소식은 전해 듣지 못했지만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의 통신망을 통제하는 통제실에서도 광화문 네거리에서 발생한 맨홀 화재 때문에 난리가 났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광화문 네거리. 빛과 소리의 고향.

은옥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시설이 운용된 역사 깊은 곳이었다. 그곳에 불이 나다니. 우리나라의 통신망이 집중된 광화문 네거리의 맨홀 화재는 그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해가 서산에 걸려 있었다. 짙은 노을이 깊은 가을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맑았다.

은행잎. 짙은 노랑 은행잎이 은옥의 머리로, 어깨로, 가슴으로, 발등으로 떨어져 내렸다.

살랑, 바람이 불어왔다.

은행잎이 다시 쏟아져 내렸다.

은옥은 남쪽 하늘을 향해 거대하게 서 있는 안테나를 바라보았다.

동경 136도.

일본.

일본은 이미 여러 개의 위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에서는 위성설계 당시부터 일본과의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위성궤도를 조정하였지만, 지리적으로 양국이 인접하여 예상 간섭을 들고나올 때마다 곤혹을 치러야 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설명을 해도 쉽사리 협의를 해주지 않았다. 위성궤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주변국가들과 협의가 끝나야 하기 때문에 협상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은옥은 직접 참여했던 그 위성 궤도조정 협상과정을 떠올렸다.

그것은 전쟁이었다.

치열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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