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은 위험하고 머추어 마켓(Mature Market)은 안전하다는 단순논리를 우리는 배격한다.』
지난 2월 27일 스위스 취리히 ABB그룹 본부에서 있은 지난해 경영성과 발표회에서 최근 괴란 린달 송배전사업 담당 부사장에게 CEO자리를 물려주고 그룹 회장직으로 물러난 페시 바네비크 회장은 여전히 「위험은 새로운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ABB(Asea Brown Boveri)사는 이머징 마켓을 경영전략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분야와 발전설비 부문의 대표적인 스위스 다국적 기업이다.
지난 88년 스웨덴 아세아그룹과 스위스의 브라운 보베리그룹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이 기업은 불과 3년만인 90년부터 동구 및 아시아시장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해 이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 등 경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회사의 96년도 수주규모는 3백63억4천9백만달러에 당기 순이익 12억3천3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경영성적은 뭐니뭐니해도 이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이머징 마켓에 집중적인 공략에 있다.
ABB의 특징 중의 하나는 현지기업의 M&A로 88년 15건의 굵직한 기업매수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으며 89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송배전부문을 완전히 인수하고 컨버스천엔지니어링사을 매수하는 등 40건의 M&A를 성사시켰으며 이후 중국의 BDS사, 러시아의 네프스키 자보트사 등 터빈 및 전력조절시스템 분야의 이머징 마켓 업체들과 잇따라 합병을 단행했다.
「ABB의 역사는 M&A의 역사」란 말이 국제 비즈니스 사회에서 통용될 정도로 ABB는 불과 10여년만에 지속적인 M&A를 통해 현재 세계 1백40개국에 1천4백여개 계열사, 종업원 21만명을 거느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는 적극적인 M&A 이외에 신속간단한 의사결정 채널 등을 강점으로 한 톡특한 조직구조의 뒷받침이 컸다.
ABB도 출범당시부터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세계화, 고객중심, 기술혁신 등 세가지를 기업이념으로 내세우고 이를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별이윤센터(PC:Profit Center)와 메트릭스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50명 가량으로 구성되는 PC는 전세계에 5천여개를 운영 중이며 그 위에 60여개의 中사업단위, 그리고 상급조직으로 발전담당, 송배전담당, 산업설비담당, 수송담당, 금융담당 부사장과 유럽담당, 미주담당, 아태담당 부사장 등 8명의 부사장이 포진하고 있다.
PC는 철저한 독립채산제 아래 하나의 독립회사처럼 운영되며 영업, 투자활동은 물론 인력충원까지도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대차대조표나 재무재표도 스스로 작성한다. 따라서 그룹 본사에는 일정률의 배당만 해주고 나머지는 PC가 알아서 쓰며 PC가 직원을 본사에 교육시킬 경우 본사에 수강료를 지불할 정도로 철저히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경영성과에 대해서도 PC사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조직구조로 PC사장의 경우 두 단계만 거치면 회장 및 그룹 이사회에 직접보고가 가능하며 이같은 의사결정 과정은 PC 내에서도 똑같이 이루어진다.
ABB는 PC위주의 조직이 자칫 사업부간, 지역간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감안해 PC를 사업영역과 지역에 따라 연결하는 메트릭스시스템을 도입, 성과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PC는 문제발생시 중사업단위장을 거쳐 대사업단위장 또는 권역장과 본사 사장 순으로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구한다. 즉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단계가 실무자-부서장-PC사장-중사업단위장(지역장)-사장(대사업단위장)등으로 4단계에 불과하다. 이러한 단계는 전세계 현지법인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ABB는 2년전 회사의 사업성격상 다소 동떨어진 수송부문을 분리해 다임러 벤츠그룹과 합병, Adtranz라는 별도회사를 설립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ABB는 글로벌 그룹통신망 구축이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강조, 현재 8일로 되어 있는 전세계 계열사의 월별 결산 종합기간을 3일 이내로 단축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BB는 스웨덴 산업계가 불황에 시달리던 지난 91년 스웨덴 내의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엄브렐러 프로그램」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전면적인 조직혁신과 품질향상운동에 착수했으며 계열사 중의 하나인 ABB 인더스트리얼시스템의 경우 매출, 생산성 등 긍정적인 요인은 50% 늘리고 불량률, 생산주기 등 마이너스 요인을 50% 줄이자는 T50운동과 TQRS(Total Quality System Review)운동을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두가지 운동의 특징은 생산제품에 매달리기보다는 조직을 품질관리체제에 맞게 재정비하고 종업원들의 자율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현장운영체제를 바꾸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품질개선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품질경영의 주체는 조직원들의 의식혁신과 그에 맞는 새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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