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20)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제1안테나는 지향성 안테나로 위성을 쫓아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2호 안테나는 비지향성 안테나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큽니다. 2호 안테나의 동작시험중에 수신된 데이터입니다.』

『강 소장님, 어느 각도에서 수신되었지요?』

『동경 136도 방향이었습니다.』

『동경 136도?』

『그렇습니다. 안테나가 동경 136도 방향으로 움직일 때 수신되었습니다.』

『얼마 동안 수신되었지요?』

『잠깐동안 수신되다가 이내 끊겼습니다. 안테나 동작시험중에 증폭기의 동작상태를 점검하다가 미세한 신호가 있어 확인하고, 데이터가 일반적인 위성 텔리메트리가 아니라서 저장해 놓았던 것입니다.』

『혹시 다른 작업 한 것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강 소장님, 그 신호는 위성체간 교신용 커맨드 같아요. 지금 데이터 분석중이니까 결과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은옥은 다시 이 과장을 찾았다.

『이 과장, 어떻게 되었나요?』

『박사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분석이 용이치 않습니다.』

『그래요? 분석은 내가 할테니 위성 조정을 계속해요. 수신되는 신호 잘 감시하시고.』

은옥은 데이터를 다시 검토했다.

0에서부터 F까지.

0과 15까지의 숫자의 나열.

16진수도 디지털 부호인 0과 1의 조합이다. 2진수의 4개 비트를 1개로 표시해 놓은 것뿐이다.

0과 1.

결국은 0과 1이라는 디지털 부호가 궁극적으로 위성을 움직이고, 통신중계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개념은 통신기술은 물론 각종 기술에 적용되어 세상 전체를 움직인다고 해야 될 만큼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0과 1로만 구분하는 디지털 사회, 은옥은 가끔씩 완전한 디지털 사회가 도래한다면 거기에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은옥은 16진수를 2진수로 바꾸어 분석모듈에 적용,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F 다음에 10이 되고, 1F 다음에 20이 되는 16진법. 하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다. 16진수를 4개의 비트로 풀어내고, 그것을 분석모듈에 적용시키는 것은 이미 전자교환기를 운용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것이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