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컴퓨팅환경을 개선하라

아직도 우리의 학교 컴퓨팅환경은 턱없이 열악하다. 19세기의 학교시설 안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우리 학교교육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우리나라의 교육정보화 현실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혼재」로 비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우리의 열악한 교육정보화 현실은 한 시장조사 전문기관이 서울지역 중학생과 인문계 및 실업계 고등학생 등 1천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서울지역 중, 고등학생 컴퓨팅환경 조사」에서도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교육정보화」라는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PC의 절반 이상이 386급 이하의 노후기종이고 또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학교의 컴퓨터 실습실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등 실제 학교 컴퓨터환경이 극히 낙후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학생들이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는 486급 이상 고급기종이 전체의 80%에 육박,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에서의 컴퓨터교육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대상 학교 모두 교내에 PC학습실을 보유하고 있으나 프린터(14.7%)를 제외하고 CD롬, 사운드카드, 모뎀 등 멀티미디어 환경을 갖춘 제품은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해 가정과 학교의 수준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교내 PC 사용시간도 일주일 평균 0.8시간에 지나지 않아 학교 정보화교육의 총체적인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학교 PC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자유롭게 PC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교육과 PC기종의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제시됐다.

컴퓨터환경에서 가정과 학교의 괴리현상이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불균형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보화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정부의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가정보화 10대 과제 중 하나로 「열린 학교」 구현이 포함돼 있다. 오는 2000년까지 초고속 국가망으로 모든 학교를 연결, 원격교육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열린 교육의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학교 정보화를 본격 추진, 전국 7백70여개의 실업고와 15개 과학고를 대상으로 멀티미디어 교실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국 9천여개의 초등학교로까지 멀티미디어 교실을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있어 각급 학교의 열악한 컴퓨터 교육환경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보급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농어촌과 도서벽지의 학교들에까지 질높은 정보화교육이 이루어지려면 하대명년이 아닐 수 없다.

교육정보화는 분위기 조성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우선 취약한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각급 학교에 보급된 대부분의 PC를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이미 노후화된데다 지도교사의 수도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전화시설도 한 학교당 3,4회선으로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 데이터베이스(DB)도 하루빨리 갖추어야 할 학교 정보화의 필요조건이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한 교육정보화에 가속을 붙이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교육부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현실적인 획기적인 예산확보 방안이 나오지 않고는 교육정보화는 구두선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물론 교육정보화가 기술개발이나 하드웨어 보급 및 통신기반 구축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기반이 열악한 상태에서 올바른 정보문화를 함양하기 위한 네티즌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제는 우리도 정보사회에 걸맞은 교육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21세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예산타령만 할 것인가. 학교가 앞서가고 아이들이 앞서가야 나라가 앞서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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