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제일제당 영상SW사업 어떻게 될까

최근 제일제당 영상소프트웨어사업의 향방에 대해 최근 관련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제일제당이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1년 6개월의 산고끝에 내놓은 극장용 장편영화 「인샬라」가 연말연시 극장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최근 외화 배급권 확보와 비디오 판권계약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제당은 지난 95년 4월 삼성그룹을 따돌리고 미국의 세계적인 대형영화사인 「드림웍스SKG」와 손잡는 데 성공한 후, 곧바로 김종학-송지나 콤비와 제작사 제이콤을 설립하는 등 사업초반에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당시 이 회사는 방화제작부터 외화배급, 극장 인프라구축을 거쳐 음반사업에 이르기까지 영상산업의 전분야에 걸친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충무로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일제당은 「우리 영화 4편 제작」 「하명중영화사와 외화 공동구매」 「월트디즈니의 만화비디오 슈퍼마켓 유통대행」 「극장체인사업을 위한 해외 합작법인 설립」 「박철수필름과의 협력」 등 굵직굵직한 사업계획을 차례로 발표하면서 조미료와 설탕으로 대표돼온 기업이미지를 영상소프트웨어로 바꾸려는 경영층의 의지를 과시했다.

그러나 오는 4월 출범 3년째를 맞게 되는 제일제당 영상사업은 그동안 발표해온 거창한 투자계획에 비해 실질적으로 거둬들인 게 거의 없는 상태. 이에 따라 관련업계는 앞으로 제일제당 영상사업의 향방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제일제당은 영상사업의 전위부대인 제이콤의 창립작품 「인샬라」가 극장가에서 외면당하면서 방화제작 부문에서 불안한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무려 20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전국에 40여개 극장을 확보하고서도 서울관객 10만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종영함으로써 앞으로 비디오시장에서 이를 만회하더라도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제이콤의 간판타이틀인 「구데타」는 흥행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제작발표회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크랭크인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추석시즌 개봉을 고려중이던 윤인호 감독의 「바리케이드」와 박종원 감독의 신작 「논픽션」(가제) 역시 오리무중이다.

이 회사가 하명중영화제작소와 공동구매 형식으로 사들인 15편의 아트필름도 국내 비디오 유통사와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확실한 구매자가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아시아시장 배급기회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제일제당의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제일제당이 손잡은 드림웍스SKG의 사령탑 스티븐 스필버그는 정작 미국 7대 메이저중 하나인 유니버설사가 제작하는 「쥬라기공원2」 촬영현장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드림웍스SKG가 제일제당 측에 보장한 유일한 블록버스터급 흥행작은 「이집트의 왕자」.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애니메이션 제작의 특성상 언제 완성될지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제일제당 영상사업이 힘겨운 초반전을 치르고 있자 관련업계에서는 미국의 MCA를 인수했다가 값비싼 수업료만 지불한 채 빈몸으로 할리우드를 빠져나온 일본의 마쓰시타전기처럼 대기업 영상산업 진출의 또다른 실패사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일제당의 방화제작 총지휘를 맡은 제이콤 박건섭 이사는 『어차피 한 작품으로 승부할 생각이 아닌 만큼 차기작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도 『드림웍스SKG를 통해 매튜 매코너히, 조니 크루니 등이 주연한 외화 7∼9편을 확보, 오는 3월중에 개봉일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제일제당이 21세기의 황금어장이라고 불리는 영상소프트웨어시장에서 언제쯤 대어를 낚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할 일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제일제당이 스필버그와 김종학 감독의 지명도만를 믿고 영상사업에 너무 성급하게 뛰어든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제일제당 영상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워밍업기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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