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델, 유럽서도 성장 행진

미국 델 컴퓨터가 유럽에서도 호황 휘파람을 불고 있다.

중간유통단계를 거치지 않는 PC 직판방식으로 최근 1,2년새 미국을 비롯,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델은 내로라 하는 현지 대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해 유럽에서 이례적으로 성장세를 기록하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불과 3년전만 하더라도 델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2.5%로 극히 미미했다.지난 94년 1월에 마감된 회계년도에서 기록한 3천6백만달러의 적자도 유럽의 부진이 주원인으로 지적될 정도.

그러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데이터퀘스트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3.4분기말 현재 델의 시장점유율은 5.2%로 3년전의 두배를 넘고 있다.이에 따라 시장순위도 컴팩,IBM에 이어 휴렛팩커드와 동률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럽에서의 분발은 델의 전체 매출에서 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8%로 높아진 데서도 잘 나타난다.

델이 그동안 유럽에서 이같은 호황을 보인 것은 역시 직접판매라는 이 회사의 독특한 영업방식때문.미국시장에서 상당한 효력을 본 전략이 유럽에서도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직판방식은 우선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전화나 팩스로 고객에게 직접 주문을 받아 생산에 들어가서 며칠내에 직접 배달을 한다.따라서 가격경쟁력도 그만큼 확보할 수 있고 과잉생산에 따른 재고문제도 거의 없다.

직판방식에 힘입어 델은 지난해 미국시장 판매가 70%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방식은 유럽에서도 고객들의 구매행태가 변화하면서 큰 효력을 보게 됐다.그동안 전화나 팩스를 통한 통신구매방식에 익숙치 않았던 고객들이 차츰 보다 편리한 쇼핑을 원하게 되면서 델의 판매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델은 또한 유럽 최대시장인 독일과 프랑스 현지법인의 경영진을 새로 교체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 결과 이들 시장에서의 성장속도가 유럽 전체의 5배에 달하게 됐다.

미국에서의 직판방식이 유럽에서는 잘 안통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깨끗히 불식시킨 것이다.

이와 관련,마이클 델회장은 『이제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을 곳은 없다』며 앞으로 4,5년간 유럽에서 30% 성장률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직판을 근간으로 하는 델의 영업전략에서 찾을 수 있는 또하나의 특징은 델이 기업수요를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이다.따라서 델은 가정용 시장보다 기업이나 정부기관,교육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델이 아직 범유럽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이 회사의유럽매출중 영국시장 비중이 43%를 차지할 정도로 한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아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독일시장의 비중은 13%에 불과해 지역적 불균형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델의 직판방식이 유럽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델 유럽법인의 마틴 랫클리프 수석부사장은 『유럽 각국의 문화적 이질성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훌륭한 전략은 적절하게 적용된다면 어느 지역에서나 효력을 보기 마련이라고 말해 이같은 직판방식을 앞으로도 유럽에서 적극 추진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델의 이같은 성공은 미국의 시장환경에서 자란 사업전략을 유럽으로 이식하려고 하는 많은 미국기업들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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