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비디오 인기 급락

우리 영화의 비디오 판매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한때 품귀현상까지 빚었던 방화비디오 판권이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만 해도 A급 방화비디오의 경우 평균판매량이 6만개를 웃도는 등 전성기를 누렸으나 10월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 4만개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대부분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대기업에 팔려 나가던 비디오 판권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것.

실제로 96년 극장가에서 방화 흥행 1위를 기록했던 「투캅스 2」는 지난해 9월 비디오시장에서 10만개 가까운 판매량을 보였다. 그밖에 「은행나무 침대」 「보스」 등 흥행작들도 대부분 6∼9월까지 이어지는 여름 비디오 성수기에 출시되어 6만∼8만개가 팔리는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이같은 극장 흥행작만 비디오시장에서 환영받았던 것이 아니다. 방화비디오 붐을 타고 관객 동원이 저조했던 작품들까지 3만∼4만의 판매고를 올리는 기현상을 낳았다. 서울 관객 5만 이하로 극장가에서 완전히 실패했던 「48+1」 비디오가 4만8천개나 판매됐는가 하면 관객 7만5천명에 그쳤던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이유」도 4만개나 팔려 나가는 등 지난해는 방화비디오가 말 그대로 전성기를 맞았던 것.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알바트로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언픽스」 등의 비디오 판매량이 모두 2만개대로 떨어졌고, 무려 23만의 관객을 동원한 작년 하반기 극장가 최대 흥행작인 「박봉곤 가출사건」까지 겨우 4만개선의 판매량으로 마감했다.

비디오 업계에서는 이같은 방화비디오의 판매 저조현상이 우리 영화의 장르상 특성이라기보다는 비디오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으로 말미암아 특A급 흥행작이 아니면 먹혀들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난 95년 하반기부터 96년 상반기까지 방화비디오 판매호조에 따라 무조건 방화를 선호하던 비디오숍주들이 최근 들어 흥행작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 등 별다른 배경없이 부풀어져 있던 비디오 업계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해석도 내리고 있다.

이처럼 방화비디오 판매가 주춤하면서 일반작이 평균 4억∼5억원, 감독과 캐스팅이 화려한 경우 6억∼7억원을 호가하던 방화비디오 판권도 최근 들어 하향조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비디오판권 입도선매로 편당 2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대기업이 늘어나면서, 한때 시나리오가 끝나기도 전에 기획 단계에서 팔려나갈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던 방화판권이 최근 들어 선별적으로 팔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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