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오늘날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환경 적응력이나 정보 소화력이 빠른 인재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최근에 대학에서는 다양한 수요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공분야를 포괄적으로 개설하려는 백화점식 전공분야의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백화점식 전공교육이란 입학 당시 전공분야와 무관하게 여러 가지의 전공영역을 학생 임의대로 선택하여 복수 전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입학 당시에 잘못 선택했던 전공분야를 바로 잡아서 본인이 원하는 전공분야를 선택하여 수학할 수 있게해 주는 제도이다. 또한 복수 전공제는 아주 세분화한 전공분야에만 빠져들지 않게 하고, 여러 학문분야를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는 융통성도 가지고 있다.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학교의 재정 및 시설 설비들을 공동 활용할 수 있게해 주는 제도이다.
그렇지만 백화점식 복수 전공제는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번째로 대학의 전공분야는 다양하게 발전되어야 한다. 복수 전공의 성향을 조사하였더니 졸업 후 자영이 가능하고 매스컴의 초점을 받고 있는 실용학문에만 전공 선택이 몰린다고 한다.
취업 위주의 전공이나 인기있는 전공 영역만이 선택되어 개설된다면 전공교육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두번째로는 복수 전공제를 선택하는 학생의 졸업 소요학점이 단수 전공자와 동일하다는 사실에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복수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단수 전공자에 비해 수강과목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수학점이 많아지면 졸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한 학기에 개설해야하는 학점이 많아져 대학의 시설 및 설비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단수 전공자에 비해 복수 전공자가 쉽게 공부하면서도 졸업장에는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자격을 부여받게 되는 불공평성이 존재하게 된다.
세번째로는 우리의 대학이 외국 대학의 전공 영역과는 달리 세분화 및 심층화하여 그 나름대로의 전문인을 배양해 오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제도는 복수 전공자에 맞추기 위해 단수 전공자의 이수 학점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을 여행해 보면 목장이나 오렌지 및 옥수수 농장들의 울타리가 보통 16㎞가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2㎞도 안되는 농장의 울타리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전공만은 전문화 세분화하여 교육하여야 한다. 단수 전공자들조차도 기본 과목에서 맴돌고 깊이가 없는 학문을 이수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네번째로 복수 전공제의 도입은 전공을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도록 하는 백화점식의 전공 나열방식에 문제가 있다. 이것은 학부나 학과의 경계는 물론 대학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제도이다.
즉, 전공 영역의 특성이 없어져서 대학에 소속된 학생이면 어느 누구나 대학 내에 열거된 전공을 임의로 선택하거나 또는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전공 모델이 외형적인 모양세에 주로 치중하게 되어 교과목의 내실화와 성적관리의 실속화가 없어지게 된다. 실속이나 특성 위주로 나가는 전공이 있다면 선택에서 제외되어 폐쇄당하기 때문이다.
다섯번째로 우리의 대학들이 갖추고 있는 현재의 시설 및 설비는 세분화한 전공에 알맞게 소규모 단위가 거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복수 전공을 수용할만한 준비가 부족한 형편이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복수 및 최소 전공제를 도입하는데 2, 3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좋은 제도를 이제 와서 왜 갑자기 도입하는 것인가.
상술적인 측면에서 백화점도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모든 소비자가 백화점만 찾지를 않는다. 무한 자유경쟁시대에서는 특성화 및 개성화한 전문점이 훨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의 대학들은 국가 교육정책에 얽매여 너무나 획일적인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의 재정이 교육정책의 도입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눈앞의 돌부리를 피하기보다는 먼산의 화산폭발을 피할 수 있는 참 교육의 도입이 아쉽다.
<숭실대 정보통신공학과 배명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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