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기 "빌려쓰기" 붐

「휴대폰에서 PC, 공장자동화기기까지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빌려 쓰세요」

수년전부터 주택, 의류를 중심으로 파급되고 있는 렌트 문화가 최근에는 정보통신 관련 시장에까지 급확산되고 있다. 정보통신관련 기업체 뿐만아니라 일반사무실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무차별적으로 「빌려 쓰기」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전자통신연구소는 수백억원대의 연구개발 시설기자재 구입비중 일부를 렌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세우고 이미 지난해부터 이를 추진해오고 있다.

연구기자재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소유하는 것보다 오히려 임차해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장비구입과 처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환경인데다 장비가격에 비례하는 감가상각액수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렌트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공장이나 연구실에 들어가는 자동화기기의 구매업무를 아예 없애버리고 필요한 장비를 일정기간별로 렌트해 쓰는 형식으로 개선했다. 비교적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발주및 구매업무를 단기간내에 처리할 수 있고 구입하는 것에 비해 비용적인 부담도 그리 크지않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기의 재활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에서 새로운 장비로 교체할 때 드는 처리비용도 만만챦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대사관이나 호텔등 외국인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은 정보통신기기 임차사용이 이미 「필수화」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휴대폰은 국가간 방식이 맞지않거나 가입절차 또한 여의치않고 국내에 상주하는 기간 동안만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장기적인 렌탈사용이 일반화돼 있는 상태다.

정보통신기기의 이같은 임차사용 활성화는 개인단위의 사용자들에게까지 파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교수나 비교적 단기간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리렌서들이 렌트사를 많이 찾고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능동적인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관계로 휴대폰이나 노트북 컴퓨터가 이들의 주요 렌트품목.

수백장의 논문이나 일반 출판물을 고품질로 인쇄해주는 레이저 프린터나 몇차례 사용해야할 목적이 있지만 고가인 빔프로젝터, 프리젠테이션용 장비등도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다.

특히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는 데스크탑 PC와는 달리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입하기에는 비싸고 구입후 기본 옵션이상으로 확장에 어려움이 있으며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빨라 개인들이 렌트하는 품목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

또 휴가철에는 가족 단위이건 개인 여행이건 노트북 혹은 캠코더를 값싼 비용으로 렌트해 업무와 여가를 동시에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 신세대 풍속도가 되고 있다.

이같이 정보통신기기의 임차사용추세가 정착되고 있는 것은 기술변화와 제품 개발경쟁이 치열해 감가상각에 대한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활용할 소지가 전혀없어 쓰레기화하거나 폐기처분해야한다는 기기의 특성도 렌트를 활성화시키는 또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유장비에 비해 유지보수 시간부담이 거의 없고 장비마다 보험이 들어있어 고장이나 도난, 파손 등의 사고요인에 대해 보다 안전하다는 것도 정보통신기기 선호 추세에 일조하고 있다.

현재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기 임차전문업체는 한국렌탈, 삼성렌탈, 한국 패밀리렌탈 등 10업체가 영업중이다. 휴대폰을 렌탈해주는 군소업체와 일반 OA분야에까지 적용하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렌탈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도 PC와 노트북, 워크스테이션 등 컴퓨터에서 프린터, 팩시밀리, 모니터, 휴대폰과 같은 장비까지 다양하다.

한국렌탈은 산업용 계측기와 기업 OA장비 등 기업을 주 고객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개인을 대상으로 노트북이나 컴퓨터렌탈도 일부 처리하고 있다. 올초 사업을 시작한 삼성렌탈은 자사의 휴대폰과 팩시밀리 등 통신기기를 전문 렌탈해주고 있다.

최근 급격히 수요가 늘고 있는 휴대폰의 경우에는 월 3백여대 정도가 렌트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 패밀리렌탈은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외에도 OA기기 일부를 대상으로 렌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비를 임차사용하고자 할 때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비용은 렌트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장기렌트시 할인혜택을 받는다.

한국렌탈의 경우, 기본요금이 적용되는 11일∼30일까지 기준렌탈료 적용기간동안 펜티엄급 노트북은 50∼65만원선에 장비를 빌려주고 있다. 10일 이내의 경우는 25∼32만5천원선. 레이저 프린터는 기준 렌탈료 30∼45만원선이며 썬 스팍20기종은 2백∼2백50만원선이다.

휴대폰은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7천원∼1만원선이면 임차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렌탈의 한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이 장비에 대한 체감 감가상각을 보다 크게하고 있다』고 말하고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한 문화적인 특성이 있지만 실리적인 차원에서 여러모로 잇점을 제공하는 정보통신장비 임차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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