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남아 시장 현대화 힘써야

노동법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장기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등으로 우리경제의 미래가 결코 밝게만은 볼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세계적 연구기관들의 지적이다.

요근래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부지런히 비지니스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지만 세계적 시선은 언제 한국경제의 끝이 보일 것이냐에 오히려 흥미를 갖고 지켜보는 듯하다.

현재의 동남아시아 각국은 마치 수출드라이브가 걸렸던 우리의 70년대를 연상시킬 만큼 열심히 일하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의욕과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현지를 다녀온 기자들은 전한다. 더운 날씨, 풍부한 식량 등으로 아쉽고 급한 게 없어 보였던 동남아시아에 우리보다 앞서 일본의 상품, 일본의 기업이 적극적인 시장개척을 하면서 그 지역 사회문화를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에는 일본의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다 현지에 공장을 설립, 현지 시장을 둔 일본제품끼리의 경쟁이 치열하고 결국 70년대까지 극도의 반일감정을 보이던 태국인들이 이제는 일본이 철수하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지경이어서 불안해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새롭게 개방경제를 표방하고 나선 베트남의 호치민시를 다녀온 기자들은 이곳 역시 새벽부터 자전거와 씨클로의 행렬이 분주하다는 현지발 보고를 보낸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은 너나없이 외국 자본의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다. 태국의 경우 외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는 해외투자청이 우리의 70∼80년대 경제기획원만큼이나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나라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현지의 넓은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에 소흘히 하고 있는 반면 일본기업들은 이미 현지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현지보고로 접할 수 있다.

물론 국내 업체중에도 LG전자처럼 현지 시장을 겨냥하고 진출한 기업도 있긴 하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이 현지시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데에는 현지시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각 외에 50% 이상의 확실한 경영권 장악없이는 불안하다는, 동업은 위험하다는 극히 한국적인 사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용 생산을 하려면 최소한 국내 자본이 51% 이상 돼야 한다는 당사국의 단서조항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의 시장은 주변국을 포함해 이제 빠른 성장으로 소득이 급격히 늘고, 따라서 소비성향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인도차이나반도 3억의 인구가 결코 소홀히 볼만한 상대가 아니다. 국경의 개념이 분단국인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태국 같은 경우는 특히 이제 단순 조립생산 단계를 벗어나 하이테크로 레벨업하는 단계에서 올해부터 8차 5개년계획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항상 그들이 필요할 때 함께 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해외진출의 승패는 그들의 필요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며 그들과 고락을 같이하려한다는 자세가 얼마만큼 인정받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70년대에 거쳤던 문제를 그들은 지금 겪어나갈 것이고 그런 현지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당시 국내사정과는 다른 세계화의 추세에 잘 적응하는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시절의 경험보다 현재 당면한 문제를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지혜를 우선 터득해야 할 것이다.

태국과 베트남은 우리의 70년대와 80년대의 경험을 한꺼번에 겪으며 빠르게 우리 뒤를 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 그들의 개발 연대에 동반자가 되어줌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오늘날 일본이 태국에서 누리는 영향력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자면 우리와는 다른 사고체계를 가진 사회에 적응할 사고를 국내에서부터 조속히 길러나가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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