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반도체시장 신규진출을 모색해 왔던 대그룹사들이 올 들어 핵심 주력사업으로 반도체 관련사업에 참여키로 속속 확정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시장에 적지않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 희성, 동부, 대우, 일진 등 그동안 반도체시황 위축과 투자리스크 부담 등을 이유로 반도체사업 신규진출을 보류하거나 사실상 백지화해 왔던 국내 대그룹사들이 올 주요 사업계획으로 반도체소자, 재료시장 참여를 확정짓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거나 시장참여를 위한 정지작업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올 주요 사업계획 가운데 반도체 관련사업 신규진출을 핵심 추진사업으로 확정하고 그간 태스크포스로 운영해 온 「반도체 추진팀」을 한국종합화학의 이상철 전무를 팀장으로 하는 「신사업 추진실」로 확대 개편했다. 신사업 추진실은 화합물반도체, 반도체케미컬, 2차전지 등 3개팀으로 구성돼 올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인데 화합물반도체는 일본 아사히화학이나 쇼와덴코社와의 기술제휴와 미국업체와의 해외 합작생산을 검토중이고, 케미컬사업은 미국업체와 기술제휴해 반도체용 황산 및 불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화는 반도체사업 참여 첫해인 올해 5천억원 이상의 투자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희성그룹도 그간 신규참여를 모색해 온 본딩와이어를 올해 계열사인 희성금속의 주력사업으로 확정하고 인천 남동공단에 양산설비를 구축중이다. 또한 그간 주력 생산해 온 에폭시, 납재 증착, 전극재료, 귀금속화합물 등 기존 제품을 반도체용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주요 소자업체들에 대한 샘플공급을 강화하고 생산라인도 상반기까지 보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생산을 맡아 온 김관수 전무를 반도체사업 총괄본부장으로 최근 임명했다.
그간 물밑에서 꾸준히 비메모리 반도체의 본격적인 생산을 추진해 온 대우전자도 우선 1‘4분기 내에 독일 테믹社와 필리핀지역에 TV 및 VCR용 튜너모듈 반도체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SGS톰슨과도 합작공장 설립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5월부터 LG출신의 강경일 전무를 영입해 「S프로젝트팀」을 구성, EP롬을 주력제품으로 한 메모리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그룹도 올 상반기 내에 미국업체와 기술제휴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국내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밖에 지난해 미국 IDT社 및 IPEC社와 제휴해 각각 비메모리 반도체와 웨이퍼 폴리싱장비인 CMP시장 진출을 모색했다가 반도체경기 불투명을 이유로 백지화했던 일진그룹과 동양그룹도 올 들어 장비와 환경분야로 방향을 전환해 사업을 재추진키로 했다. 일진은 통신부문장을 맡고 있는 황기연 사장을 대표로 하는 「일진반도체」를 올 초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켰고, 동양은 해외 폐수처리 설비업체와의 기술제휴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지난해 성우그룹의 리드프레임시장 진출이후 그룹사들의 반도체사업 신규진출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데 각사마다 2000년 이후 그룹을 이끌어갈 유망제품으로 반도체 이외에 마땅한 품목이 없다는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이같은 현상은 특히 중견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반도체 장비, 재료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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