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정낭 과 디지털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계화의 한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숨결이 배어 있는 세계적인 문화를 신시대 문명에 창조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남다른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보편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 바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드는 첩경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현재 선진국에 수십억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도입하고 있는 기술도 알고 보면 우리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들이 많다. 다만 우리 문화의 문명사인 의미를 창조적으로 계승하지 못한 탓이다. 세계 통신학계로부터 세계 최초의 디지털 통신방식으로 인정 받은 제주도의 「정낭」이 그 좋은 본보기이다. 우리나라가 선조들의 슬기를 정낭에서 디지털 통신의 「프로토콜」로 일찍 발견했더라면 21세기를 선도하는 통신대국으로 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용한 진공청소기와 공기방울 세탁기의 발명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전통적 샐활습관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과학적인 생활상을 세탁기와 청소기에 적용한 것이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비결이라면 비결인 셈이다. 이제는 역사속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신문명을 낳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의 실체를 알아차리면 이미 때는 늦다. 바람을 예감해 미리 대처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항상 그렇다고 일정한 방향성 없이 일시적으로 부는 한바탕의 바람에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도 안된다. 변화의 인자를 갖고 있는 바람의 생성과 소멸을 예견한다는 것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세계화의 중요한 단초가 된다.

우리에게는 세계화가 화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불황의 심연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경제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우리들의 인플레된 마음이다. 따라서 해법은 좀처럼 「느낌표」가 심어지지 않는 우리사회의 거품을 걷어내는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새해에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