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산업을 보면 권불심년(權不十年), 아니 권불삼년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세상 인심이란 것에 대해서도 다시금 새기게 된다.
「수출의 역군」에서부터 「반도체 입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추앙받고 그 산업에 종사하던 이들까지 자부심을 갖던 것이 불과 1년 전인데 경기가 추락하자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한 정부나 업계 고위 관계자들의 인사말의 단골 메뉴로 들어갔던 반도체 찬가가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이고 이제 와서는 수출과 경제를 어렵게 하는 주범인 양 취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간판급 전자업체의 사령탑이 바뀐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고, 또 다른 반도체업체 사령탑은 1년의 「선고유예」를 받았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로 인책 분위기가 반도체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소자업체에서 시작된 불황으로 인한 한파는 관련 장비나 부품, 소재 등 주변 산업체에도 소리없이 퍼지고 있다. 특히 새로 반도체장비나 재료사업에 참여한 업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사업성과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무책임자를 문책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고 실제로 이같은 이유로 관련산업의 터를 일궜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떠나야 했던 이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최근 반도체시장 전문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의 잠정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D램의 가격폭락으로 고전했던 한일 반도체업체들의 세계랭킹이 예상대로 모두 떨어지는 부진을 보였다. 특히 한국업체들은 20% 이상 매출이 감소, 삼성전자와 LG반도체는 각각 7위와 17위로 한 단계씩 밀려났고 현대전자는 18위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이래 특히 정부 관계자들이 국내 반도체산업이 큰 위기에 처하기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하면 일부업체를 제외한 전반적인 국내업체의 국제 성적표는 「메모리 파동」이라는 세계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양호」한 편이라고 격려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희생양을 만들기보다는 거품 아래의 진상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모두의 실수를 공감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분위기가 새삼 아쉽다는 느낌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조직의 안위를 위해서는 살을 도려내는 것도 불사하는 오늘날의 분위기가 과연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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