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6 전자산업 부문별 결산 (15)

올해 멀티미디어 업계의 최대 이슈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의 본격적인 등장」과 「TV계열 멀티미디어 부문의 위축」이다.

먼저 삼성전자가 DVD플레이어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내시장에서도 본격적인 DVD시대를 맞게 됐다. 이 여파로 DVD타이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면서 삼성영상사업단과 LG미디어 등이 영화를 중심으로 DVD판권을 확보, 1.2타이틀을 데모버전으로 제작, 출시했으며 코리아실렉트웨어, 건잠머리컴퓨터 등 중소업체들도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DVD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TV계열 멀티미디어 관련부문시장은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현상은 TV계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데다 타이틀의 보급도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멀티미디어기기가 오락에 치중돼 기존 VCR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TV계열 멀티미디어기기 중에서 비디오CD는 일본과는 정반대로 급속도로 퇴조했다.

가전 및 오디오제조업체 등이 플레이어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비디오CD는 가전시장에서 거의 모습을 감추다시피했다. 이에 따라 연간 2백억원에 이르는 관련타이틀시장도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타이틀 제작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또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각광받아온 CDI도 뚜렷한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필립스코리아가 CDI플레이어의 수입판매를 중단했으며, LG전자 이외에 국내업체들도 이 시장에 참여하지 않아 수요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CDI하드웨어의 보급이 10만대에 불과하면서 관련타이틀의 판매도 기본적인 판매량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교육용을 중심으로 CDI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로 하고 저가형 플레이어의 판매와 함께 다양한 타이틀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멀티미디어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게임소프트웨어시장은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졌다. TV계열의 비디오게임기가 침체된 데 반해 PC계열의 CD롬게임시장은 급신장한 것이다.

비디오게임기의 경우 LG전자가 3DO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삼성전자가 일본 세가엔터프라이지스社의 32비트게임기 「새턴」도입을 중단했다. 이는 국내업체들의 경쟁력 열세와 게임에 대한 사회전반의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국내 시장규모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CD롬게임시장은 멀티미디어PC의 보급에 힘입어 지난해 2백50억원에서 올해 4백억원(업체기준)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대기업 및 중소업체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나면서 판권료와 마케팅 비용의 상승으로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CD롬 타이틀도 올 한 해 출시량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수익성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국내 CD롬타이틀 시장규모는 1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CD롬타이틀 시장규모 추정치 7백억원에 비해 40% 이상 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시장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D롬타이틀제품 출시수가 지난해 4백59종에서 올해 7백여종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타이틀제작업체의 수익구조와 직결되는 제품품목당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교육용 CD롬타이틀분야는 비교적 제품 수명이 길어 해묵은 제품 중에서도 일정수가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품목당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대다수 CD롬타이틀들의 일반 판매량이 2천 카피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초베스트셀러가 되어야만 1만 카피를 겨우 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시장에선 교양물이 전혀 인기를 끌지 못해 중앙일보 「한국화가 3인」이나 다인테크의 「김환기」 등의 미술타이틀은 모두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또 멀티미디어 PC보급확대 요인을 고려할 때 PC보유자가 CD롬타이틀을 구매하는 양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 타이틀 제작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유통사들도 적게는 2억원에서 7억원까지 재고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내 CD롬타이틀 시장상황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자 올해 타이틀 제작사의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백50여 업체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기존 업체들은 사업다각화나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수익성개선에 나서고 있다.

솔빛은 지난 9월 무궁화 위성을 이용한 원격영상강의라는 새로운 학원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세광데이터테크는 내년부터 교재 출판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대교컴퓨터는 자사제품 제작보다는 한국총판을 맡고 있는 미국 러닝컴퍼니社 제품의 한글화와 국내 공급쪽에 무게중심을 실어 타이틀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CD롬타이틀사업을 이끌어 온 이들 전문업체의 변화는 여타 영세 타이틀업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세업체들은 대기업과 전문업체의 하청구조로 편입되는 상황이다. 자사 이름이 새겨진 제품으로는 유통하기도 힘들 뿐더러 몇 개월의 자금압박을 견딜만한 자본력이 없다는 것이 이들이 하청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규 업체들의 CD롬타이틀시장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소스를 가진 출판사나 방송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출판사측에서는 다락원, 대한교과서주식회사, 삼성출판사가 신규로 참여했고, 동아TV, 삼우컴앤컴 등의 방송사업자 등이 신규로 CD롬타이틀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멀티미디어 관련타이틀시장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은 너무나 많다. 특히 이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직접 타이틀을 제작하기보다는 외국업체들과 제휴, 도입판매에 치중하는 것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멀티미디어 타이틀시장은 전체 수요량의 70∼80%를 외산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같은 외산제품 바람을 타고 올해 일본 등 외국업체들이 국내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영화나 음반시장이 외국직배사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 것처럼 멀티미디어타이틀시장도 외국업체들의 손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를 던져준 한 해였다.

또한 대기업들의 진출과 아울러 자본이 영세한 군소업체들의 난립으로 기술 및 소재개발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본이 영세하다 보니 사전에 충분한 기획과 시간을 갖고 작품을 제작하지 못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여기에다 유통단계의 복잡성으로 인해 타이틀의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의 저변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올 한 해 멀티미디어시장이 형성되면서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책들이 속속 발표됐으나 업계에 돌아가는 실익은 별로 없는 편이다. 특히 게임부문에 대한 각종 규제는 완화되지 않고 있어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영상정보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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