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가전시장의 새 기대주 에어컨

가정용 에어컨이 국내 가전업체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전시장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에어컨만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4년 40만대를 기록했던 국내 에어컨시장은 지난해 80만대로 급신장한 데 이어 올해에는 1백10만대의 규모를 형성해 3년 연속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올해 국내 에어컨 시장규모는 1조2천억원에 이른다.

가까스로 1조원 판매를 넘은 컬러TV와 8천5백억원인 냉장고를 제치고 에어컨이 국내 가전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최대 가전품목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 에어컨시장은 내년에도 이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1백40만대, 1조6천억원대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캐리어, 만도기계 등 주요 에어컨업체들이 올해 상반기에 올린 수출실적은 2억9천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1% 증가한 것인데 이같은 호조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져 4억2천만 달러를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면에서 보면 에어컨이 컬러TV에 이어 두번째로 수출물량이 많은 가전제품인 셈이다.

이처럼 나라 안팎에서 에어컨시장이 활성화함에 따라 국내 가전업체들은 최근 에어컨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에어컨 신제품에 대한 연구, 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선점을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

또 가전사업을 벌이지 않고 있는 전자업체 가운데서도 에어컨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며 외국 가전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출 움직임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에어컨시장이라는 중원을 제패하려는 무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에어컨업체들이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이른 지난 11월부터 경쟁적으로 내년도 신제품을 발표하기 시작해 한낮의 수은주가 영하권을 맴도는 12월에 치열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앞으로 에어컨시장을 둘러싼 시장경쟁이 얼마나 뜨거워질 것인가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분간 국내 가정용 에어컨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 대우전자/대우캐리어와 만도기계 등 4대 맹주가 독주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는 35%를 웃도는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선두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97년형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전면적인 모델교체를 단행했는데 경쟁사들이 당분간 자사제품에 필적할 만한 제품을 내놓기 힘들 것으로 보고 내년에도 1위 자리를 거뜬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히려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에 강한 의욕을 내보이고 있는데 내년에는 해외 현지생산을 확대해 몇 년 안에 세계시장을 석권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더블오토셔터기술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먹혀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시장에서 올해 선두업체인 LG전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고 보고 제품차별화와 유통망 강화를 통해 올해 안으로 LG전자와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내년부터 선진시장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과 중동, 중남미 등 유망시장에 대한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만도기계는 내년에 13%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 업계 3위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인데 특히 에어컨 전문회사로서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고급, 전문성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소비자모니터제도와 방판조직을 통해 인버터 모델과 열추적모니터 등 독자적인 기술을 소비자에게 적극 알리는 한편 전문 유통망과 서비스조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대우캐리어는 지난해 88%, 올해 45%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면서 자사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보고 내년에도 이같은 호조세를 잇기 위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AS와 유통망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내년부터 활발해질 유통망의 다원화에 대응해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춰 나가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대우캐리어로부터 룸에어컨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는 대우전자는 올해 14만대를 판매해 룸에어컨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마련했다고 보고 내년에는 17만대의 판매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LG전자와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에어컨시장을 3분할한다는 목표 아래 패키지 에어컨시장에 대한 신규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경원세기, 두원냉기, 범양냉방 등 전문업체들도 내년 신제품부터 패키지 에어컨을 중심으로 제품구색을 강화하고 전문유통망을 지원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어컨시장에 대한 업체간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에어컨의 대중화도 급진전하고 있다.

에어컨업체들이 틈새시장을 겨냥해 공부방용, 이동용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면서 보급이 일반 대중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3%였던 에어컨 보급률은 올해 20% 고지를 넘어섰다.

그렇지만 아직 에어컨이 대중화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설치비를 빼도 평균 80만원대에 이르는 에어컨 가격은 서민에게 있어서 여전히 높은 벽이다.

에어컨은 최근 각종 소비자조사에서 가장 사고싶은 가전제품으로 손꼽히지만 경기가 침체되면 구매의사가 쉽게 수그러드는 대표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냉방이 일반화하고 주거면적이 대형화하는 생활문화 속에서 에어컨은 이제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에어컨업체들은 한겨울에도 땀흘리며 뛰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만 에어컨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에어컨 구매열풍이 번지고 있다.

세계 에어컨시장은 95년에 2천4백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94년보다 21% 증가한 것인데 한자릿수 성장에 머무는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에어컨의 시장 잠재력이 얼마나 큰가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연간 2백만대 규모인 중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개발도상국과 중동, 중남미지역에서 최근 에어컨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지역은 유럽 등 선진시장에 비해 국내 업체들의 브랜드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며 1년 내내 에어컨이 판매되는 곳이 많다.

높은 신장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기반이 여전히 불안정한 국내 업체에 있어서 해외시장은 신천지인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최근 해외 에어컨시장 진출전략을 서둘러 마련하는 한편 현지 생산체제를 잇따라 구축하고 나섰다.

LG전자는 해외 마케팅팀을 별도로 신설하는 한편 세계 에어컨시장을 10개 전략시장으로 나눠 마케팅력과 현지 생산을 집중시키는 생산마케팅전략(PMS)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부터 시험가동에 들어가 내년부터 본격 가동하는 연산 20만대 규모의 중국 天津공장에 이어 인도에 에어컨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최근 중국시장을 겨냥해 각각 天津과 蘇州에 에어컨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요 권역별로 현지에서 일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에어컨공장 신설을 적극 검토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가전3사는 특히 올해부터 자가 브랜드 수출을 강화한 결과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외시장에서 경쟁상대인 마쓰시타, 산요 등 일본업체들과 맞대결을 벌일 태세다.

전문업체 가운데도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두원냉기는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 대부분이었던 룸에어컨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내년부터 중남미, 중동, 유럽 등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기로 하고 최근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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