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법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고 내년 2월로 연기됐다. 국회 제도개선특위는 새 방송법의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를 특위의 활동시한인 내년 2월까지 「장기검토과제」로 남겨두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계를 비롯한 관련업계는 지난해 통합입법을 추진하다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폐기된 새 방송법이 또다시 여야간 이견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내년이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여서 다른 쟁점사항에 밀려 제도개선특위의 활동시한 내에 새 방송법이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제도개선특위가 첨예한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논의를 회피한 채 방송위원회 구성 등 일부 사항에 대해서만 합의, 생색내기에 그친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올 국회에서 새 방송법 통과를 바라며 입법안을 냈던 공보처는 주무부처로서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공보처는 새 방송법이 제정되지 않아 위성방송 및 2차 케이블TV사업 등 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새 방송법의 핵심사안 가운데 하나인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통합 역시 늦어지게 됐다. 내년 2월에 새 방송법이 합의에 의해 제정되더라도 통합방송위는 아무리 일러야 내년 말께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간의 혼란이 걱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위성방송사업 준비를 해왔던 기업들은 방송법 제정 지연으로 난감한 처지가 됐다. 지난해 새 방송법이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이후, 새 방송법의 결정에 따라 사업여부를 결정해야 할 관련기업들은 또다시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하게 됐다. 위성방송사업 준비를 해왔던 방송사와 신문사, 대기업들은 더한 형편이다.
케이블TV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차 종합유선방송국(SO) 허가 및 SO의 복수경영(MSO)을 생각해 온 SO사업자들은 내년으로 방송법 제정이 연기되자 크게 실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엄청난 누적적자를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 공급사(PP)들은 하루빨리 2차 SO사업이 시작돼야 케이블TV 시청자가 늘어날 수 있는데도 방송법 제정 연기로 새로운 수요를 기대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실망하고 있다.
제도개선특위가 새 방송법을 다시 내년 2월로 넘기게 된 주된 쟁점사항은 위성방송에 대한 대기업 및 언론사의 참여문제다. 대기업과 언론사가 모두 위성방송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은 「모두 불가」 「언론사만 허용」 등 입장의 혼선을 빚으면서 반대하다 결국 「장기검토과제」라는 이름으로 내년 2월까지 끌고 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이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보류하고 있는 이유는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가 한다. 언론독점 방지를 통한 방송의 공공성 확보라는 현실적 문제와 방송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라는 과제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하는, 결정하기 어려운 사항임에는 틀림없다. 어쩌면 입장보류의 주된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제도개선특위는 대기업,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의 접근을 기피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만약 제도개선특위의 활동시한인 내년 2월까지 여야가 위성방송 사업자허가에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위성방송 사업자허가를 포함한 새 방송법 제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현재 기술발전과 대외개방에 따라 세계 통신방송산업의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를 맞아 세계 방송사업자들은 활동영역을 크게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방송사업의 질서를 재편해야 할 시급한 과제를 눈 앞에 두고 새 방송법은 여야의 「쟁점 비켜가기」로 인해 처리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인 것이다.
새 방송법 제정과 관계없이 내년 상반기 중 위성방송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위성사업 활성화방안」을 발표한 정보통신부의 행보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이며 제도개선특위가 계속 쟁점사안을 어떻게 피해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새 방송법 제정이 「21세기 뉴미디어시대를 향한 첫 걸음」이라는 사실이며 입법화는 빠를수록 좋다는 사실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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