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백화점에서 신용카드로 상품권의 일종인 선불카드를 구입한 적이 있다. 여직원은 사무적인 얼굴로 얼마짜리를 구입하겠냐고 묻고 나서는 당연한 수순인 듯 『신분증 주세요』라고 말했다. 며칠 후 또 다른 백화점에서 똑같은 카드를 구입하게 됐다. 창구직원은 친절한 미소와 함께 『커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사탕 좀 드세요』하더니 고객카드 양식을 내밀면서 여기에 주소, 성명을 기록하면 추첨해서 선물을 준다며 이것저것 자상하게 일러주었다.
기분좋게 상품권을 구입하고 나서 돌아서는 순간 「아! 이곳에서는 고객카드로 신분확인을 마친 거로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회사가 고객에게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자 조직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우리가 조직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이것을 한 단계 전진시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제대로 행한 후」 「확인한다」 하는 4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구성원 개개인의 이같은 역량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조직의 사명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이것을 전 구성원이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참여와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예를 든 백화점의 경우 전자의 사명은 「단순히 상품권을 파는 것」에 불과하지만 후자는 「상품권과 함께 이미지를 판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확히 아는 단계에서는 정보의 공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보란 조직의 세포와 혈관 같은 것으로 이것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이미 죽은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 정보는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유통돼야만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행하는 단계에선 업무를 매뉴얼로 표준화해서 업무교체 때나 신입사원 배치 때 곧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일을 획일화하고 창조성을 제한하기 쉬운 규칙이 아니라 안내 지침이 돼야 하며 정기적으로 바꿔서 항상 살아 움직이는 것이 돼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단계에선 원래 업무단위 파일 같은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것은 조직이 사명 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으로 비행기로 말하면 조종실의 계기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또 서로 잘 조화할 수 있어야 시너지도 발휘되고 조직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조직이 제대로 살아 움직이려면 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즉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직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고, 또 돗자리 정도로 좁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키우고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할 때 조직이 살아나고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宋晟淳 LG전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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