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 새로운 패러다임 기가시대 개막

기가(giga:10억 단위)시대가 열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작, 컴퓨터, 통신에 이르기까지 기가 단위가 정보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메가(mega:1백만 단위)의 등장으로 후기 산업사회를 대치했던 정보사회가 이제 정착기를 마친 채 기가의 출현으로 본격 도약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메가에서 기가시대로 바뀌는 패러다임은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화하는 것보다 더욱 큰 충격을 실생활에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자정보 위주의 정지화상에서 동영상으로, 단방향에서 양방향 통신으로, 10개 단위의 채널에서 1천개 채널의 방송서비스로 틀이 바뀐다.

한마디로 미디어 고유영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메가시대의 유물이 된다. 기가시대에는 멀티미디어라는 미디어 융합이 기가 소사이어티라는 새로운 사회환경을 창출해 낸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1기가 메모리반도체는 기가시대의 신호탄이다. 현재 PC에 쓰이고 있는 1메가 D램은 하나의 반도체에 신문지(영자) 8장의 내용을 저장할 수 있다. 4메가라면 32장을 수록한다.

1기가 D램은 신문지 8천4백장을 하나의 반도체에 저장할 수 있다. 엄청난 변화다. 메모리 기술은 대략 3년에 1세대(4배 용량)씩 진화한다. 그러나 여기에 기초한 컴퓨터 기술은 가격 대 성능비가 「10년에 1백배」까지 발전했다.

90년대에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PC는 아폴로 계획때 사용했던 초대형 컴퓨터의 성능을 추월한 지 이미 오래다.

기가 컴퓨팅의 핵심은 PC의 미디어화라고 할 수 있다. 초당 10억회의 연산능력을 보유한 마이크로 칩은 텍스트 정보에 치중하는 PC를 동영상, 음성 등 소위 「감성데이터」를 처리하는 멀티미디어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메가시대에서 태동한 PC의 멀티미디어화는 기가시대에서 그 완벽성을 갖추게 된다. 영상, 음향 재현능력이 TV나 전문 오디오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기가컴퓨팅은 동영상의 완벽한 실시간 처리, 3차원 그래픽의 자유로운 활용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PC의 출하대수가 TV 출하량을 웃돌고 있고, 일본에서도 지난 93년부터 PC생산액이 범용 컴퓨터 생산액을 추월했다. 이 때문에 정보가전이라는 신개념이 등장했고, 이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정보통신업계와 가전업계의 영역파괴 싸움은 기가시대가 예고하는 새로운 전자업계 패러다임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기가 소프트웨어 역시 지난 20여년 간의 모습을 역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소프트웨어의 기술수준을 하드웨어가 좇아가지 못했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부족해 개발해 놓은 소프트웨어를 1백%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가시대에는 이같은 처지가 역전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윈도 역시 개발속도 및 전망을 감안하면 기가시대에 하드웨어 성능을 완벽히 활용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가 컴퓨팅이 네트워크와 연결되면 더욱 커다란 변혁을 초래한다. 미국의 정보슈퍼하이웨이나 일본 NTT의 기간회선, 우리나라의 초고속정보통신망 등은 모두 기가시대의 꺼 이다. 일본은 이미 초당 2.4기가비트 전송은 기본이고 10기가비트 전송도 실용화되고 있다.

케이블TV망 등을 이용해 각 가정에까지 기가비트 회선을 연결한다면 통신과 방송을 결합한 각종 양방향 서비스가 제공된다. 메가시대에서 부족했던 정보의 압축, 전송속도를 기가로 해결한다면 실시간 동영상회의와 원격의료시스템 등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미국에서 기가웨이브라고 이름 붙인 무선통신부문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구 규모의 휴대전화망인 이리듐 프로젝트, 인마샛P 등이 기가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된다. 이미 벤츠자동차 등에서 실용 탑재되고 있는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비롯, 위성을 이용한 교통정보시스템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메가시대의 이동통신이 기가시대의 위성통신으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미디어시장은 기가시대의 변화를 가장 쉽게 체험해볼 수 있다. 기가비트급 네트워크에서는 VHS 비디오 수준의 화질을 보유한 디지털 영상을 1천개 채널로 동시에 방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테라(tera:1조 단위)시대가 개막된다면 1백만개 채널로 동영상을 방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미래형 가전산업 모델 중 하나인 주문형 비디오(VOD)는 기가시대의 대량 영상전송 및 처리가 기본이 된다. 또 이번 컴덱스에서 발표된 3기가 이상의 HDD는 기존 CD에도 수록이 어려운 상영시간 2시간 분량의 영화 한편을 「거뜬히」, 그것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밖에도 기가시대에는 고선명(HD)TV의 실용화, 메가시대의 노트북PC를 더욱 소형, 경량화시킨 카드형PC, 전자화폐를 비롯한 인텔리전트 IC카드 등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기가시대에 새롭게 창출되는 정보문화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상을 초월한 대용량 정보처리와 전송, 무너지는 미디어 영역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산업이 부각되고 정보산업 이외의 사회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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