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시장 개편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서유럽등 선진각국을 넘어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영국 브리티시 텔레컴(BT)과 미국 MCI커뮤니케이션스의 합병은 이같은 움직임에 다시한번 기름을 붓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각국 통신업체들의 제휴및 합병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복잡한 제휴움직은 AT&T, MCI 커뮤니케이션스, 스프린트등 미국의 주요 장거리전화서비스업체들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우선 AT&T는 네덜란드, 스웨덴, 스페인, 스위스등 4국의 통신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고 합병전의 MCI는 BT와, 스프린트는 독일의 도이치 텔레컴(DT), 프랑스의 프랑스 텔레컴(FT)과 각각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에 놓은 이른바 「3강다약」체제가 세계 통신시장의 기본구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제휴, 합병은 다국적화를 넘어 거의 「무국적화」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월드 파트너스」, 「콘서트」, 「글로벌 원」등과 같이 이름만 들어서는 업체의 국적을 도저히 짐작할수 없는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세계 각지를 연결하는 단절없는 서비스만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들 업체간의 合從連衡으로 세계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은 계속 가열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밖에도 매출액규모에서 세계 최대인 일본 NTT, 본국과 아시아지역에서 광대한 사업기반을 갖고 있는 영국의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W)및 이탈리아의 스텟, 미국의 대형 지역전화업체들인 GTE, 벨사우스, 벨애틀랜틱등이 이윤을 좇아 이합집산을 거듭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들 서비스업체들의 전장이 되고 있는 각국시장은 동일하지 않은 사업조건을 갖고 있다. 우선 세계무역기구(WTO)의 조정아래 내년 2월까지는 국가별로 시장개방에 따른 여러가지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각국의 개방일정및 속도는 여전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통신수요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은 가장 먼저 경쟁체제로 가고 있다. 지난 2월 개정된 연방통신법에 의거, 지역및 장거리등 전화서비스시장을 비롯한 방송시장 장벽이 완전 허물어진 미국은 조만간 경쟁을 이겨낸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도 우월한 입지를 다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각국 통신업체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아래 추진되는 민영화도 그 한가지. DT와 FT가 진통속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민영화를 계속하고 있으며 벨기에, 포르투갈등의 국영 통신업체들도 유사한 길을 밟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업체들은 케이블TV및 위성TV업체들과의 경쟁, 화상회의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방송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즉, 통신과 방송서비스가운데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할수 없는 어려운 현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NTT 역시 비록 분할압력을 받고 있지만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정리될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통신, 방송서비스시장에서는 적자생존이라는 원칙만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허의원 기자>
*주요 다국적기업-월드 파트너스
미국 AT&T의 주도아래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등 유럽 4개국 통신서비스업체들이 힘을 합친 「월드 파트너스」는 전세계적 규모의 통신서비스 가운데 가장 큰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 파트너스는 지난 93년 AT&T가 아시아지역에서 사업을 위해 싱가포르 텔레컴및 일본 KDD와 제휴한 이래 다음해인 94년 스위스PTT, 네덜란드 KPN,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스웨덴의 텔리아등이 동등한 지분을 가진 유니소스가 합쳐져 현재의 체제를 갖추게 됐다.
『세계 통신시장에서 경쟁체제가 굳어져 갈수록 궁극적 승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합군을 모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서 알수 있듯이 월드 파트너스는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현지업체들과 제휴를 넓혀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경쟁상태에 있는 「글로벌 원」이나 「콘서트」와 제휴설이 오가지 않는 업체들은 모두 월드 파트너스의 제휴대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홍콩 텔레컴, 호주의 텔스트라, 텔레콤 말레이시아, 한국통신, AT&T캐나다등이 현재의 연합업체다. 또한 인도와 중국의 업체들과 제휴도 모색하고 있는등 계속해서 사업영역 확대와 거의 동의어인 연합업체 물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력군이 미국, 유럽쪽에 있는 데서도 나타나듯이 이들은 우선 선진각국에서의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다른 경쟁서비스와 비교, 월드 파트너스는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가상 음성및 데이터 사설네트워크서비스, 고속의 프레임 릴레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외에 단기적으로는 콘서트등이 지난 6월부터 제공중인 인터넷서비스가 검토되고 있다. 인터넷부문은 앞으로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월드 파트너스로서는 인터넷서비스가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현재 제공중인 기본 통신서비스를 기반으로 향후 각국 소비자의 구미에 맞도록 주문화된 통신서비스를 개발해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월드 파트너스가 다양한 업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작 당사자들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신속성을 요하는 사항은 그만큼 빠르게 결정할수 있고 오히려 충분한 검토시간을 통해 계획의 안전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월드 파트너스는 각국 통신업체들의 견제에 대해 방어일변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폭넓은 제휴를 기반으로한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세계 통신시장에 다시 한번 격랑이 몰려오게 될 전망이다.
<허의원 기자>
주요 다국적기업-글로벌 원
도이치 텔레컴(DT)-프랑스 텔레컴(FT)-스프린트가 합작으로 세운 「글로벌 원」은 우여곡절끝에 올해초 미국과 유럽연합 양측으로부터 사업승인을 얻어 올해 중반부터는 음성, 화상및 데이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래 DT와 FT의 유럽내 통신서비스사업인 「아틀라스」에 미국 스프린트가 가세, 3국 합작업체로 탄생한 「글로벌 원」은 다국적 업체인만큼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제휴 상대방의 사업스타일에 적응하기에도 바쁘다.
관계자들 스스로도 서로의 업무방식에 익숙하지 못해 초기에는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고 밝힌다. 국영기업으로 국가의 보호아래 성장해온 DT, FT와 험한 경쟁을 뚫고 미국 3위의 장거리전화서비스업체로 자리를 굳힌 스프린트의 서로 다른 경영방침을 조율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연합을 희망하는 업체가 있다하더라도 더 이상 받아 들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관계자의 말처럼 글로벌 원의 의사 결정단계가 다소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전세계 60여개국에 걸쳐 사업본부를 두고 있는 현실을 다소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한다. 올해 매출이 8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94년 서비스를 개시한 BT-MCI합작사업인 「콘서트」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글로벌 원의 관계자는 세계 통신시장환경이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이 매출추이를 확고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는 또한 그만큼 높은 곳에 글로벌 원의 목표치를 두고 있다는 말도 된다.
한편 세계 통신서비스시장에는 「월드 파트너스」, 「글로벌 원」, 「콘서트」외에 영국 2위의 업체로 전세계 50여개국 통신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W)가 또 다른 강자로 버티고 있다. 산하에 머큐리 커뮤니케이션스와 홍콩텔레컴을 거느리고 있는 C&W는 지난 5월 BT와의 합병이 결렬 되기도 했다. 아시아시장에서 상당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C&W에 적합한 조건이 없었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C&W는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전세계를 망라하는 광케이블 네트워크를 갖고 있을 정도로 독립적이며 또한 영업전략 구사면에서도 신속함을 갖고 있는 업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경영진의 불화를 딛고 일어서고 있는 C&W역시 세계의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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