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컴퓨터 유통시장이 바뀌고 있다 (10, 끝)

기술경쟁 시대 도래

「가격파괴, 가격혁명, 가격대반란」이란 용어가 컴퓨터 업계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용어에 귀가 솔깃하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선 너무나도 흔하게 듣게 되므로 별 관심없이 지나쳐 버리게 된다.

가격경쟁의 산물로 얼마 전부턴 40만원대 펜티엄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초저가형 컴퓨터는 주력상품이 될 수는 없으며 단지 손님끌기용 「유인제품」에 불과하다는 것은 해당 제품의 제조업체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유인상품과는 별도로 고객의 취향에 맞고 구매욕구를 자극할만한 제품들을 주력상품으로 선정해 두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이들 제품의 구매를 권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경쟁을 주도해 오던 중소규모의 조립업체들뿐만 아니라 이젠 대기업들까지도 주변기기 및 부품가격의 하락세에 힘입어 값내리기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컴퓨터 유통업계에의 가격경쟁은 이미 한계상황에 와 있다. 더욱이 구매자들 역시 과거와는 달리 컴퓨터 사양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노련미(?)를 발휘하고 있어 대부분의 업체들은 저가보다는 뛰어난 성능을 강조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조립업체 엠에스디를 운영하고 있는 윤영태 사장은 『더이상의 가격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서 가격이 아닌 기술경쟁으로 나서기 위해 가격은 좀 비싸더라도 구매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만한 첨단제품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사장은 컴퓨터 불황기인 지난 7월 ATX방식의 마더보드를 조립컴퓨터 업계에선 국내 최초로 들여와 판매개시 1주일 만에 1천장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중견 컴퓨터 제조업계에서도 기술경쟁에 나서기 위해 자사 컴퓨터에 신기술을 속속 채용하고 있다. 뉴텍컴퓨터 역시 ATX 보드를 채용한 시스템을 출시했고 성능향상을 위해 10배속 CD롬 드라이브도 장착하고 있다. 현주컴퓨터는 차세대 메모리로 불리는 싱크로너스 D램을 사용하는 시스템과 모니터를 손가락 또는 펜으로 건드려 명령을 입력시키는 터치스크린 제품을 선보였다.

컴퓨터 유통시장에 기술경쟁이란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은 조립컴퓨터 업계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펜티엄 프로제품에 필수적인 하드디스크, CD롬드라이브 등 각종 보조기억장치에 성능 및 확장성이 뛰어난 스카시 방식을 채용하고 나섰고 국내 최초로 염료승화형 방식의 컬러 프린터를 지난달 개발완료하고 전문가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각 업체들은 가격경쟁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컴퓨터 유통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경쟁력을 갖춘 첨단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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