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미국 유명업체 아성 허문 SW업계 거인들 (2)

<코렐시스템(캐나다)>

「연간 매출액 1억9천6백만달러, 순이익 1천4백50만달러」

순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분야만 놓고 보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코렐시스템의 지난해 성적표다.

코렐시스템은 자기분야에서 현재까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정면으로 대결해 유일하게 성공한 업체로 꼽히고 있다.

올초에는 노벨의 워드퍼펙트 사업부문을 인수해 운용체계(OS)를 제외한거의 모든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고 있다. 주력사업분야는 전자출판과 그래픽스분야로 전통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강세를 보이는 비즈니스용 분야와는 약간 비껴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초 워드퍼펙트 사업부문을 인수해 OA 소프트웨어영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정면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터스, 워드스타, 워드퍼펙트, 노벨 등 이제까지 거인 마이크로소프트에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던 기업들이 대부분 눈물을 삼키고 물러난 상황에서이번에는 코렐이 타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선봉에 선 것이다. 아니, 선봉에 섰을 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에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매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압도하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넷스케이프 등 몇 안 되는 미국 기업들이 분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 출신 코렐시스템의 분전은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그래픽스 및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시장을 당당하게 주도하고 있는코렐시스템은 현 회장인 마이클 코플랜드 박사가 지난 85년 캐나다 온타리오州 오타와에서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그렇듯 코렐시스템이 처음부터 지금의 간판상품인 그래픽 소프트웨어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코플랜드 박사가 코렐시스템을 설립하고 처음 시작한 일은 고객의 주문에따라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 최적의 운용환경을 만들어주는시스템통합사업이었다. 시스템통합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코렐은 턴키방식의 PC 기반 데스크톱 출판시스템 및 근거리통신망(LAN) 시스템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로서 성가를 올리게 된다.

소프트웨어 성능을 기업환경에 맞춰 최대한 끌어주는 시스템통합사업의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코렐시스템은 인근 토론토대학 출신의 인재들을 받아들여 현재의 주력인 그래픽스분야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게 된다.

캐나다의 하버드대학으로 알려진 토론토대학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처음으로 만들어낸 제품이 바로 전세계 컴퓨터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코렐 드로」다. 코렐시스템은 89년 1월 코렐드로 1.0 버전을 출시, PC환경에서 화려한 그래픽의 세계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때까지 컴퓨터 그래픽은 단연 애플 매킨토시의 전유물이었다.

이 회사는 이어 90년 11월 「코렐 드로」의 2.0버전을 발표하고 92년 5월에는 다시 3.0버전을 내놓는 등 꾸준히 업그레이드 제품을 출시하며 발빠르게 전세계 PC 그래픽스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93년 5월과 94년 5월 잇따라발표한 코렐 드로 4.0과 5.0버전은 이 회사가 세계 그래픽시장 정상의 자리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의 코렐 드로 6.0이 발표된 것은 95년 8월로 지금까지 이 회사 주력제품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코렐시스템은 창업 만 10년째인 95년 일련의 전략 신제품들을 내놓으며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섰다. 사업다각화 결과 95년 4월 일반 가정시장의 수요를겨냥해 처음으로 나온 제품이 「코렐 CD홈」시리즈.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는 홈PC시장을 겨냥한 이 제품은 교육, 게임 및 오락, 참고도서 등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데다 이 회사가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그래픽스기술을 결합, 지금도 CD롬 기술분야에서는 최고의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또 같은 해 10월 기업과 개인용 화상회의시장을 겨냥한 「코렐비디오」를 출시, 사업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갔다. 이 회사의 화상회의 솔루션은 데스크톱환경과 LAN기술을 이용해 가격대 성능비에서 탁월하다는 평판과 함께 꾸준히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코렐시스템의 소프트웨어사업에 커다란 전기가 마련된 것은 올초 네트워크운용체계 시장의 독보적 업체인 노벨도 손들고 만 워드퍼펙트부문을 인수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노벨에 인수된 뒤 천덕꾸러기로 전락해버린 워드퍼펙트을 재인수함으로써 PC분야의 변방격인 그래픽스만의대표주자에서 일약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 소프트웨어시장 패권을 겨루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코렐시스템은 워드퍼펙트사업부문을 인수해 워드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스프레드시트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완비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워드퍼펙트부문 인수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은 전세계 2천만명에 달하는 워드퍼펙트 사용자들을 새롭게 코렐시스템의 고객으로 끌어안게 됐다는 점이다.

코렐시스템이 워드퍼펙트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마이크로소프트와 정면으로 대결해서성공한 기업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과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서 코렐이 성공할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올 상반기 매출실적을 초과 달성함으로써 보기좋게씻어 주었다. 정식으로 워드퍼펙트 인수절차를 끝낸 지 3개월 만의 일이다. 이미 고도화단계에 들어 신규업체들의 참여가 극히 제한된 소프트웨어업계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코렐시스템이 이와 같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도 품질이 좋은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기업이념에서 찾을 수 있다. 코렐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신뢰도는 절대적이라고할 수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미국 인테크社가 95년 북미 소프트웨어업체들을대상으로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코렐시스템은 질문에 응답한 고객들 가운데 93%가 품질에 만족한다고 대답, 고객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렐시스템이 이처럼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항상 품질개선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객지원팀과 개발팀간 대화채널을 항상 열어놓아 고객의 반응을 신제품 개발에 즉각 반영하도록하고 있다.

해마다 코렐시스템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PC그래픽스 경연대회인 「코렐 월드 디자인 콘테스트」도 회사 이미지 향상에크게 기여하고 있다. 코렐시스템 고객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경연대회에는 지난해 전세계 약 60여 국가에서 참가, 입선작만도 7천8백여개에 이를 정도로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최우수 입선작품들에 대해 주는 2백만달러상금을 포함, 총 3백만달러에 이르는 상금을 지급해 상금규모가 풍성할 뿐만아니라 심사절차가 완전 공개로 엄격하게 진행돼 응모자들의 불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코렐시스템의 강점은 경쟁업체보다 앞선 제품을 내놓기위한 과감한 연구개발비 투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94년 코렐시스템은 전년도보다 73.9% 증가한 1천3백40만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으며 95년에는연구개발비 투자를 전년도보다 무려 1백% 증액, 2천7백23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이같은 파격적인 연구개발투자 덕분에 코렐은 가장 많은 제품군을 거느린소프트웨어업체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지난해 「코렐 벤추라6」 「코렐비디오6」 「코렐CAD」 등 신제품과 업그레이드 버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렐시스템은 또한 제품력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탁월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전세계 45개국 3백40개 인쇄매체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물론 미주와 유럽 국가에서 TV광고를 실시하고있으며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공식 스폰서로 프로테니스 대회마다 1백여 국가 10억 이상 시청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코렐시스템 제품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회사의 이름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일반 소비재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감안할 때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렐의 미래가 언제까지 장밋빛으로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출판 및 그래픽분야에서어도브, 매크로미디어, 마이크로그래프스 등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고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도코렐시스템의 미래에 커다란 변수다. 소프트웨어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기술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코렐시스템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캐나다의 대표적 소프트웨어업체인 코렐은 대폭적인 연구개발투자로 인터넷, 멀티미디어 등 새롭게 떠오른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워드퍼펙트의 인수에서 보여줬 듯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 다가오는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전략이다.

일부 분야이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를 이긴 캐나다 출신 코렐시스템이앞으로 얼마나 슬기롭게 거센 도전을 극복,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킬지 관심이 가는 순간이다.

〈함종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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