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경기동향 설문조사 (2)

<기술력>

전자산업은 단일업종으로는 국내 최대 수출부문이면서 세계 일류품목이 가장 많은 업종 중의 하나이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이른바 빅3가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수준은 이미 일본과 미국을 제낀 것으로 평가될 정도다.

삼성전관, 오리온전기, LG전자의 디스플레이 3사는 세계 브라운관시장에서각각 시장점유율 1,3,7위에 랭크되면서 3사 물량을 합칠 경우 세계 최대 생산국의 위치를 확고히하고 있다.

그러나 정밀부품의 절대적 취약성을 비롯해 세계 일류수준에 근접한 품목과 그렇지 못한 제품의 구분이 확연해지면서 전체적인 기술경쟁력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설문에 응한 업체들 역시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귀사의 기술력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거의 반수에 가까운 48.3%가 「선진국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고 대답했다. 「많이떨어진다」는 응답은 15.4%였다.

이에 비해 「비슷하다」는 비율은 26.3%로 점유율로 치면 세번째를 보였고「조금 앞선다」라는 대답은 6.5%였다. 2.5%의 소수이긴 하지만 「훨씬 앞선다」라는 응답도 있어 특정기업들은 외국 어느 회사와 견줘도 기술수준에 자신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업계의 기술개발 형태와 관련한 물음에는 62.2%의 기업이 「독자적으로 자체 개발한다」라고 응답했다. 「외국업체와 제휴해서 개발에 나선다」는 대답은 17.4%였으며, 아예 「외국기술을 도입한다」는 기업도 10%에 달했다.

産學협동의 모델이 되고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위탁한다」는 기업은4.5%에 불과, 국내기업들의 연구개발 풍토가 아직은 본격적인 산학협력 관계로까지 진전하기에는 이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독자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을 계기로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한 세계경제의 특성상 선진국들의 기술이전 회피가일반화해 있어 이에 따른 자구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전자정보통신업계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정부의 지원사항으로 「전문 기술인력 양성」(38.8%)을 꼽아 고급두뇌의 부족을 실감시키고 있다. 전문 기술인력은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장기수급 대책이 뒷받침돼야 하는 제도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개발자금 지원」과 「금융 및 세제지원 확대」도 각각 32.8%와 27.9%의 높은 응답률을 보여, 기술개발에 필요한 각종 자금의 직접, 간접 지원이요구된다.

<공략지역 및 수출장벽>

업계가 앞으로 집중 공략해야 할 수출지역으로는 미주지역(22.7%)과 중국(22.1%) 및 동남아지역(22.1%)이 각각 비슷한 중요도를 보였다. 유럽지역은17.2%로 나타났다.

또 동구권(4.9%), 중동, 아프리카(3.1%), 남미(2.5%), 구 소련(1.2%) 등의순서로 공략지역을 꼽았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35.1%가 중국을 집중 개척지역으로 선정했고 중소기업은 미주지역(26.2%)을 대상으로 꼽아 최근 각 기업들이 세계화전략을추진하면서 보여준 투자패턴을 반영했다. 중소기업이 미주지역에 집착하는것은 이곳에서의 브랜드 홍보 및 판매확대가 여타 지역 진출의 「보증수표」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못지 않은 잠재력과 시장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남미지역이 의외로 낮은 응답률을 보인 것은 이 조사가 대통령의 남미 순방 이전에이루어진 것을 감안할 때 향후 관심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업계가 부닥칠 수출장벽에 대해서는 ISO 14000(국제 환경품질인증)을 비롯한 각종 「새로운 품질인증 규격」이 될 것이라는 대답이 31.3%를 차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고 「환경 오염물질 규제」도 27%가 응답,두번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반덤핑제도(11.7%)」 「원가절감(7.4%)」 「원산지 조사(6.7%)」 「상계관세(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도 업종별 시각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돼 흥미를 끌고 있는데 「새로운 품질인증」은 정보통신과 컴퓨터업체가 각각 52%와 80%로 꼽아 가장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가전과 부품업계는 「환경 오염물질 규제」를 29%와 37.7%로 응답, 최대 장벽으로 보고 있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이「환경 오염물질 규제」라고 응답한 비율(43.2%)이 높았고 중소기업은 「품질인증 규격」에 대한 우려(35.7%)가 많았다.

업계는 수출확대를 위해 보완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응답자의 절반이넘는 55.8%가 「가격경쟁력 확보」를 제시, 최근 동남아 및 중국 등의 저가제품 출시에 따른 해외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추세를 반영했다.

또 품질향상이 중요하다는 대답도 21.5%를 차지, 우리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가격, 품질경쟁력 제고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고 해외마케팅 강화도 12.3%의 응답률을 보였다.

국내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은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정책 폐지에 따른 영향에 대해 「약간 어려움이 될 것이다(39.3%)」와 「별다른 영향이 없다(36.2%)」는 대답이 엇비슷했다. 심지어 「다소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4.3%에이르러 대부분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컴퓨터가 「약간 어려움」을 포함, 1백%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 최대 피해자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며 그 다음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보유하고 있는 일본제품과 싸워야 하는 가전업계로 「매우 어려움」과 「약간 어려움」이 각각 29%와 41.9%로 나타났다.

<남북 경제협력>

현재 임가공 위탁생산을 중심으로 소규모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자분야 남북 경협과 관련, 국내 업계는 약 절반(51.7%)의 응답자가 98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경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봐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이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는 63.2%의 기업이참여의사를 밝혀 높은 관심을 보였고, 특히 실질적인 남북사업이 가능한 부품업계와 컴퓨터업계의 의지가 여타 업종보다 높았다.

경협 참여분야 역시 부품제조가 39.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정보통신이 21.3%로 나타났는데 이는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거나 부족한 통신인프라 구축에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이 상정하고 있는 남북 경협의 장애요인으로는 응답자의 61.7%와 17.4%라는 압도적인 다수가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및 「북한의 경직성」을꼽아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면에 더욱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통신, 물류 등 미비한 사회간접자본을 지적한 비율도 16.9%에 이르러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정치적인 배려, 인프라 투자 선행 등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력수급 및 상황>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68.7%라는 절대다수는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대대적인 감원선풍이 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대답은 화이트칼라 관리층보다는 엔지니어를 비롯한 전문 기술인력의 부족을 호소하는 것으로 해석돼, 자칫 인력난 속의 구직난이 심화되는 일종의 「인력 디플레이션 현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업종별로는 일반적으로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보통신업계가 역시 70% 이상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기업규모면에서는 대기업의 40.5%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76.1%가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한 분야로는 역시 고급두뇌가 요구되는 「연구기술 분야」(50%)가 꼽혔고 「생산분야」(39.1%) 역시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장의 생산분야 인력이 부족한 것은 국내기업들의 품질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과 컴퓨터 분야에서 각각 71%와 80%의 비율로 「연구기술」을 선택해 고급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가전, 산업전자, 부품업계는 절반정도가 「생산분야」의 부족을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처럼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방법으로 「공개 채용」(65.7%)을 가장 선호하고 「자체 양성한다」는 응답도 15.9%나 나왔다. 사회문제가되고 있는 「외부 스카우트」는 12.9%로 점유순위는 세번째였다.

업계와 노동계의 시각차이로 정부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외국인력 도입에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34.3%)거나 「규정을 강화해 운영해야 한다」(48.3%)는 대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 외국인력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인력 수급 및 양성에서 중요시돼야 사항에 대해서는 「고급 기술전문학교의 운영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3.8%로 나타나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할수 있는 교육기관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 학교간 교류강화」가 필요하다는 대답이 34.8%로 그 다음을 차지한 것은 산학연대의 필요성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또 「업계간 부당 스카우트 금지」도 16.4%로 나타나 정보통신 등 일부업종을 중심으로 불거진 업계의 과도한 인력 스카우트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있다.

이 밖에 소수이긴 하지만 「기본 인격형성이 필요하다」라는 응답이 2.%였는데 이는 기술 및 취업 위주의 교육현실과 함께 기본 소양교육의 중요성을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는 가전, 산업전자, 부품업계의 「산학간 교류강화」에 대한 의견이 45.7%, 40.5%, 37.5%로 나타나 정보통신의 21.4%와 컴퓨터의 20%에 비해산학협력에 훨씬 강한 기대를 보였다.

특히 「산학간 교류강화」는 대기업의 42.9%가 지지한 반면 중소기업은 32.7%만이 선택, 대기업이 그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는 달리 「고급 기술전문학교의 운영확대」는 대기업은 28.6%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이 47.8%로 나타나, 기업규모별로 선호하는 방식이 확연히달랐다.

<수출현황>

수출은 국내 업계의 경기지수를 곧바로 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역할을한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형 구조 탓에 수출증가와 감소의 추이는 업계의외형 및 경영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대부분 지난 상반기에 비해 수출감소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체 수출현황에 대한 질문에 응답업체 중 25.8%와 16.5%가 「크게줄었다」거나 「약간 줄었다」로 나타났고 비슷하다는 비율은 38%였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수출이 대기업의 경우 「다소 늘었다」는 대답이 29.7%인 반면 중소기업은 12.7%에 불과했고 「약간 줄었다」는 비율은 대기업이8.1%였으나 중소기업은 무려 31%에 달했다.

이같은 수치는 급격한 세계 경기불황으로 우리 업계가 전반적인 국제경쟁력 상실에 노출돼 있지만 독자적인 해외 마케팅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은 아직까지 이에 대처할 능력이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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