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중남미 순방 결산

「세일즈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던 김영삼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5개국순방은 중남미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며 우리에게 그동안 미개척 지역으로 남아있던 이 지역 시장진출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를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 대다수는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과다한 외채와 살인적인인플레, 불안정한 정치상황 등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인식해 온 것이 사실. 그러나 이번 김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결과 이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달라졌다.

김 대통령을 수행한 국내기업 관계자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중산층이 높은생활수준과 문화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 국가들이 풍부한물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지역시장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기업들은 김 대통령과 중남미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결과한, 중남미 국가들간의 경제협력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우리에게 새로운가능성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 시장공략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우선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스루(MERCOSUR)의 진출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남미 최대의 시장인 브라질에 25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이 지역에 3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가키로 했다.

현대그룹은 브라질에 7억달러를 투자, 연간 10만대 생산규모의 자동차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LG그룹은 장기적으로 남미시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계획아래 1차적으로 브라질에 1억3천만달러를 투자, 가전제품과 모니터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총 8억달러 규모의 브라질 마나우스 중장기 투자진출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이미 지난해 말 각각 연간 30만대 규모의 컬러TV와 10만대 규모의 VCR공장을 가동한데 이어 이번 김 대통령 방문 기간에는 브라운관과 영상부품 생산공장에 대한 기공식을 가졌다.

대우그룹 역시 중남미 시장공략을 위한 종합적인 중장기 투자계획을 마련,브라질 마나우스와 상파울루에 각각 영상기기와 백색가전 종합생산단지를 구축키로 했다.

이 밖에 포철은 브라질 빅토리아市에 2억2천만달러를 투자, 철강원료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했으며 석유개발공사, 한화그룹, 효성그룹 등도 유전개발과원목생산, 건축자재판매 등을 위해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에 대한 투자규모를확대할 계획이다.

경제교류 확대 및 협력증진을 주요 목표로 한 김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순방은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중남미시장 진출의 기폭제로 작용해 오는 2000년에는 우리나라와 중남미간의 교역규모가 1백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김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순방은 경제분야 외에 과학기술분야에서도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남미국가 가운데 가장 앞선 첨단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과 생명공학, 항공우주, 신소재, 자원개발 분야 등에서 공동연구 사업을펼치기로 합의했으며 페루와 칠레와는 「남극협력협정」을 체결하고 남극에대한 정보교환은 물론 공동연구사업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또 원자력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와는 앞으로 「한, 아르헨티나 원자력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번 김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시장개척을 당면과제로 안고 있는 상황에서, 또 중남미 국가들은 경제도약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내기업들에게 중남미 투자진출을 위한 기회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양측의 경제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에게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먼 나라들로만 생각되어 왔던 중남미 국가들은 김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에게 정치, 경제, 과학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김성욱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