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敎植 서한전자 대표이사
한때 전자산업의 소위 3C로 불리던 가전(Consumer)·컴퓨터(Computer)·통신(Communication) 분야는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이제 그 영역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컴퓨터기술 동향은 컴퓨터 주변장치 관련 중소업체들에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내 멀티미디어카드시장은 여러가지 요인들로인하여 갈수록 제한적이고 협소화되고 있어 대부분 중소업체인 멀티미디어카드업체들에는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다.
컴퓨터업계의 유통구조 변화, 멀티통합카드의 등장으로 인한 상대적인 시장축소, 대기업들의 제품생산에 따른 자체 수요 충당, CPU 성능향상으로 인한 각종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등장 등이 멀티미디어카드산업을둘러싼 주요 변화들이다.
따라서 멀티미디어카드업체들이 이같은 국내 상황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있는 유일한 길은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이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세계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어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중소업체들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멀티미디어 관련 칩메이커들의 주문형 반도체칩(ASIC) 기술 발달로 인하여애드 온카드의 90% 이상이 주요 칩에 의존하고 있어 결국 세계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은 주요 칩의 공급 단가와 인건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대만이 세계 멀티미디어카드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주요 원인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대만의 카드업체들은 주요 칩들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국내 기업들보다 항상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있다.
대만의 주요 칩들의 공동구매 전략은 한국의 대기업 중심 기업구조와는 달리 중견 중소기업들 중심의 기업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이들은 서로 연대해주요 칩 메이커와 좋은 조건으로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업체들은 국내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한 칩 메이커들의 대리점을 통해 공급받는가격보다 20% 이상 싼 가격으로 칩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국내 실정을 살펴보면 대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칩 메이커들과 직접거래를 하고 있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제각기 한국의 칩 메이커 대리점을통해 소량·개별 구매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받지 못하고 있는실정이다.
공동구매 전략과 함께 홍콩을 경유한 중국 노동력 활용은 국내보다 40% 이상의 싼 인건비를 이용함으로써 국내업체들과 비교해 최소 20% 이상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 배경에는바로 이같은 원가절감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카드시장을 둘러싼 대만과 국내의 환경을 비교할 경우 우리의노력 여하에 따라 주변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내기업 스스로 이같은 장점들을 활용하려는 노력과 협조체제 구축 및 정부 차원의 지원들이 부족, 이같은 유리한 조건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국내 대기업들과 중소업체가 어떠한 채널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공동구매 전략을 마련한다면 수요 측면에서 앞서있는 우리가 대만보다 좋은 조건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현실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당장 힘들다고 한다면 칩 공급대리점의 역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으며 이들 국내 대리점의 책임의식과직업의식, 국가의식을 동반한 노력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또 값싼 노동력 측면에서 보면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북한동포들이 있다.
국내 수출업계로서 누구나 한번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 활용을 위한 힘든시도를 해본 경험들이 있겠지만 언어장벽·지리적 상황·신용도·국민성 등여러가지 어려운 요인들로 인하여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주)대우가 합자투자 형식으로 북한내에 공장을 설립, 국내 기업인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제3세계의 저렴한 노동력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동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보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현실성 없는 중소기업 지원책보다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북한 노동력 활용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대책을 당부하는 바이다. 국내시장의제한성으로 해외진출이 불가피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현실에서 과열한 국내에서의 경쟁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기술교류와 세계시장을 향한 공조체계를 구축,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국제시장에서 선진 기술들과 당당히 겨루어야 할 때인만큼 국내 기업들간 협조체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건전한기술교류 단체설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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