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걸이TV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업체들을 중심으로 세계 가전업체들은 최근 벽걸이TV를 상용화
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후지쯔를 비롯한 일본업체들은 지난해 제품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양
산체제 구축에 나서는 등 상품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내년까지 벽걸이T
V를 대중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전3사 등 국내 가전업체들도 일부 시제품을 생산한 데 이어 내년까지 33
인치급 벽걸이TV를 개발하는 한편 금세기 안으로 55인치급 제품을 개발한다
는 계획 아래 일본업체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두 나라 가전업체들의 상품화 경쟁과 더불어 벽걸이TV시대가 성큼 다가오
고 있는 것이다.
벽걸이TV는 거실의 벽에 걸어놓고 볼 만큼 두께가 얇고 가벼운 TV다.
벽걸이TV는 그동안 현실화할 수 없었다. 현행 TV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브라
운관에서 전자빔이 화면까지 도달할 수 있는 각도가 나오려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해 두께를 줄이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액정디스플레이(LCD)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평판 디
스플레이기술이 발전하면서 벽걸이TV는 꿈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벽걸이TV는 두께가 10 미만이고 무게는 10을 조
금 넘는다. 설치와 이동이 간편해 실내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원한 대
형화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LCD와 PDP기술은 지난해부터 기술개발과 사업화 측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LCD는 좁은 시야각이 문제점이었는데 최근 음극선관 모니터(CRT)에 맞먹을
정도로 기술수준이 높아졌다. PDP도 화면의 불안정과 높은 전력소비 등과 같
은 문제점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특히 두 디스플레이 모두 최대 약점이었던 높은 제조비용도 업체들의 개발
경쟁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점차 해소되고 있다.
벽걸이TV로는 소형제품에는 LCD가, 대형제품에는 PDP가 적합하다.
LCD는 장기적으로는 대형화가 가능하지만 아직도 제조비용 부담이 크고 기
술적 난제가 있다.
이에 비해 PDP는 LCD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비용과 아울러 대형 디
스플레이의 구동에 필요한 신호기억 기능이 탁월하며 시야각이 넓다는 장점
이 있다. 더욱이 벽걸이TV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대형화면을 찾을 것이기 때
문에 벽걸이TV는 대부분 PDP를 채용한 제품이 주종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PDP는 2장의 유리판 사이에 가스를 넣고 전압을 가할 때 생기는 자외선이
유리판에 발라진 형광물체를 발광시켜 영상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다.
현재 PDP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후지쯔·NEC·파이어니어·마쓰시타 등 대
부분 일본업체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PDP는 대부분 40인치와 42인치 등
대형 벽걸이TV에 쓰일 전망이다.
그렇지만 PDP는 아직 컬러 효율과 전력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또
대형 TV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투사형 디스플레이와도 경쟁해야 한다. 특히
가전업체들이 불문율처럼 여기는 「1인치 1만엔」라는 전제조건에 비추면 현
행 1백만엔 정도인 PDP의 가격수준은 아직 높다.
삼성종합기술원의 정성은 수석연구원은 『PDP는 아직 그 존재를 위협하는
요소가 많이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대화면의 벽걸이TV용으로 가장 적합한 디
스플레이』라고 말했다.
벽걸이TV는 금세기 TV산업의 판도를 바꿀 태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벽걸이TV가 TV업체들에게 새로운 탈출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벽걸이TV의 세계 수요에 대해 98년 1조원, 2000년에 7조원 규모로 급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벽걸이TV는 또 현재 TV산업의 바탕이 되는 브라운관을 점차 뒤켠으로 몰아
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벽걸이TV는 차세대TV인 고선명(HD)TV와 대화형TV의 상용화시기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벽걸이TV에 사용될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시스템과 이용자간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고선명TV에 버금가는 화질을 재현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신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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