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왕자 누가 될까..TV.모니터 각축

TV 대 모니터. 브라운관 대 평판디스플레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왕좌 자리를 놓고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서로의 개념파괴, 영역파괴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싸움은 모니터와 평판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전통의 「강호」인TV와 브라운관의 반격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면서 더욱 치열한 혼전을 벌이고있다. 아직 최종 승자가 가려질 만큼 뚜렷한 우열이 보이지는 않지만 조만간승부는 가려질 것이다.

TV는 지난 몇십년간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부동의 왕좌자리를 지켰다.10억이 넘는 전세계 거의 모든 가구에서 TV는 디스플레이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컴퓨터 그 중에서도 PC의 등장과 대중화는 TV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모니터의 경쟁력은 간단하다. 화질의 선명도와 기능이다. 흑백에서 컬러로다시 VGA급으로 넘어올 때까지는 TV에 비해 열세였다.그러나 90년대 이후TV에 비해 훨씬 선명한 슈퍼VGA가 일반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멀티미디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모든 컴퓨터업체는 모니터를 통해 TV방송을 곧바로 수신, 시청할 수 있는 수신카드를 기본 장착하고 있다. PC사용자는 굳이 TV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아도 PC를 통해 TV시청은 물론 CD 등에담긴 비디오 영화까지 시청할 수 있다.TV보다 더욱 선명한 화면으로.

모니터는 해마다 2억개 이상이 전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엄청난 시장이다.

자연히 가격도 내려간다. 15인치급은 20만∼30만원이면 충분히 구한다. 이때문에 최근 신세대들은 혼수품을 구입하면서 TV와는 별도로 PC를 구입, 1가구 2TV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점은 포화상태에 있는 TV업계가 소위 세컨드 TV개념을 적용하면서 1가구 2TV 보급에 나선다는 전략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더욱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이 진전되면서 모니터의 위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TV의 반격은 역설적으로 모니터의 발전에 대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인터넷 TV이다. 이것은 기존의 PC에 인터넷을 접속, 활용하는 기능을 부가하는 것이다. 가전업계가 주목하는 정보가전의 전형적인 예이다.모니터가 정보에서 시작, 가전으로 옮아온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필립스나 마쓰시타등은 이미 자사 TV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 양방향 정보통신이 가능한 제품을선보이고 있다.

특히 TV는 15인치급이 주종인 모니터에 비해 20인치 이상의 대화면이라는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 연구원들의 꿈이라고 하는 「거울」과같은 선명도를 낼 수 있는 고선명TV까지 개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화질에서 모니터를 제압할 계기를 마련해 놓고 있다.

TV와 모니터가 정보가전이라는 개념을 통해 완제품의 영역파괴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 브라운관과 평판디스플레이는 매개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TV와 모니터는 모두 브라운관을 사용한다. 다만 그것이 TV용이냐, 모니터용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평판디스플레이는 여기에 도전하고 있다.TV와 모니터 양부문에서 브라운관을 밀어내겠다는 것이다.LCD로 대표되는 평판디스플레이는 엄청난 원부자재 가격과 화질 등의 문제점으로 처음에는 브라운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브라운관의 강적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93년부터 일본의 샤프를 비롯,업계의 거인들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가세하고 있다.

특히 TFT기종의 개발은 평판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다. 화소별로 반도체를 부착, 이의 구동을 통해 풀컬러 동화상을 브라운관의 최고 해상도 수준으로 실현했다. 그간 흑백 정지화면 위주의 제품으로 고가의 노트북컴퓨터에 사용돼오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평판디스플레이, 그 중에서도 TFT기종은 우선 PC모니터 시장의 대체를겨냥하고 있다. 이미 석권한 노트북PC 시장을 발판으로 대량생산에 의한 가격 인하와 사무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앞세우고 있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10.4인치급은 가격대가 이미 4백달러대로 떨어져 있다. 샤프·삼성전자·LG전자 등은 모니터 대체를 노린 대화면화에 박차를가해 12.1인치는 물론 조만간 14인치 이상의 대형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000년까지 세계 모니터용 브라운관 시장의 약 15% 이상을TFT기종이 잠식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모니터뿐 아니라 TV시장도 평판디스플레이의 「사냥감」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는 벽걸이TV가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우선은 일반 TV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샤프의 경우 12인치 이하의 소형이지만 TFT를 탑재한 TV 완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곧 뛰어들 예정이다. 가격문제만 해결된다면 2000년대에는 벽걸이TV의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는 전자산업의 3대 요소이다.사람의 인체로 친다면 두뇌에 해당하는 것이 반도체이고 심장은 전지, 얼굴은 바로 디스플레이이다. 지난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던 이 「얼굴」이 최근 정보통신 산업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근본적인 탈바꿈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습득하는 모든 정보의 70%가 눈을 통해 습득되기 때문에 그것을 매개해주는 디스플레이는 전자산업뿐 아니라 세계 문명 자체를 뒤바꿀 만큼 폭발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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