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산업의 국제표준화

李元燮 통상산업부 산업표준과장

유럽국가들이 유럽연합(EU)으로 통합되면서 유럽내에서 생산되거나 유럽으로 수입되는 전자제품 및 완구들에 대해 CE마크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EC 이사회 규정에 따른 안전규정의 집행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규제 움직임은 국가별로 또는 지역별로 강화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이런 기술적 규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수있다.

전자산업분야의 국제표준화 활동은 세계 51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는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중심이 되어 국제규격의 제정과 이에 관련되는국제표준화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IEC는 전기·전자제품의 국제무역을용이하게 하고 지적·과학적·기술적·경제적 활동분야에 있어서 국제간의협력을 조장하기 위해 세계적인 표준화 활동 및 국제협력의 증진을 목적으로하고 있다.

IEC는 1908년 설립된 비정부간 기구로서 각국에서는 1개 표준화기관만 회원자격을 갖고 참여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1963년에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KS규격을 관장하는 공업진흥청이 계속 참여해 오다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을 계기로 현재 국립기술품질원이 대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IEC의 활동에 참여하는 51개 회원국의 규모는 세계인구의 85%, 세계 전력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경제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IEC규격의 제정을 위해 결성되어 있는 90개의 기술위원회(TC) 및 1백9개의 분과위원회(SC)의 활동에는 약 2만명의 각국 전문가가 국제규격의 제정에 참여하고있는데 이의 결과물로서 3천4백여종의 국제규격 및 기술보고서가 발간되어있다.

기술위원회 가운데 94년도에 신설된 멀티미디어시스템(IEC/TC100)에서는음향·영상과 함께 다양한 기능들이 조화되는 멀티미디어 제품의 기술적 내용에 대해 활발히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개최하였던 광디스크카트리지(JTC1/SC23) 국제표준화회의에서는 일본의 소니·히타치·도시바 등이 자기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방향이 국제규격에 반영되도록하기 위한 의견대립이 치열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전자산업 수출이 4백억 달러를 초과할 만큼 해외시장 의존도가 크다. 따라서 전자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국제규격이 미치는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

국내 기업활동의 세계화 및 국제사회로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선 IEC 국제표준화 활동에의 대응이 더욱 중요시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IEC규격의 제정단계에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IEC의 분야별 국제표준화회의에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개별 반도체소자에 대한 국제표준화의 간사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반도체장치 및 집적회로에 관한 국제표준화회의(IEC/TC47)에서는 97년도 반도체분야 5개의 국제표준화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키로 하는 등 국제표준화회의의 국내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기업의 국제표준화에 대한 인식은 2년 내지 4년의 논란을 거쳐 최종발간되는 국제규격 그 자체에만 일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국제규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전혀 관심이 없다.

정부에서는 IEC의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각 기술위원회에의 참여를 확대하고 분야별 IEC업무를 담당할 국내 간사기관의 지정확대와함께 관련기업들이 각종 국제규격을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95년부터 IEC정보센터(한국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내)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국제규격은 물론 국제규격의 제정단계에 있는 분야별 초안들을 활용하고 또한 국제표준화회의에 직접 참여하여 기술개발 방향을 국제표준화의 움직임과 연결시켜 나가는 더 적극적인 국제화전략에 눈을 떠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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