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정보통신 표준화의 이해

문영환 한국통신기술협회 사무총장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표준화 문제가 정보통신분야의 주요 관심사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통신·방송·컴퓨터 기술의 융합현상으로 표준화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있다.

정보통신 표준화는 통신망과 통신기기·서비스간 호환성을 유지해 이용자가 불편없이 통신을 이용하고 장비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는 규모의경제를 창출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21세기 정보사회에 적극 대응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정보통신기술의 빠른 발전속도를 신속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의표준화는 이처럼 정보화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인 셈이다.

정보통신 표준화는 관련산업 육성정책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일단 어느 기술이 국가표준으로 정해지면 그 파급 효과는 막대하기 때문에 표준화 작업에는 국내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는 물론 때로는 외국기업들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이같은 표준화가 세계 동향과 동떨어져서 추진돼서는 안된다. 일본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VCR 및 고선명(HD)TV 등의 첨단 기술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그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자리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 못지않게 국제 표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표준화는 이제까지 정부에 의해 주도돼 왔으나 최근들어 다양한 표준화 수요에 보다 전문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민간주도의 표준화 체계가 정립되고 있다. 지난 89년에 설립된 한국통신기술협회는 정보통신 표준을 연구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전문 민간기구로서 현재 1백30회원사 1천5백명의 전문가가 각종 정보통신 표준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표준화에 관해 잘못 인식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든 정보통신기술은 표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하고 이용자가 특수한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표준화가 오히려 기술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무선데이터와 주파수공용통신(TRS)가 그것이다.

TRS의 경우 이용자가 물류 유통업이나 운송업 등 특수분야에 한정돼 있고역사적으로도 사설통신용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표준을 정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우리 정부도 TRS의 이같은 특성을 반영하고 업계의 자율적인 기술개발을촉진하기 위해 신규 TRS사업자 선정시 TRS표준을 정하지 않았다. 국내에서개발된 TRS기술이 없고 시장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외국기업과 전략적 제휴를통한 기술확보를 위해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것이다.

일부에서는 한국통신기술협회가 TRS표준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협회는 외국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가급적 유리한 조건으로 핵심기술을 이전받으려는 의도에서 TRS표준을 검토했다가 문제점이 많다고 판단, 중단한 바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 표준화는 국내외 정보통신산업의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해추진해야 하는만큼 표준화 관계자들의 책임은 무겁다. 정보통신 종사자뿐만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과 협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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