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우리는 맞수 (6);엔케이텔레콤-북두

스피커의 국내 양대기업인 북두와 엔케이텔레콤(구 삼미기업)은 여러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이들의 주력제품인 스피커가 대표적인 사양산업이며 이 때문에 이들 두 업체는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서둘러 왔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두 회사가 모두 스피커 전문업체로 출발했다가 제품사양화로 한참 어려움을 겪은 뒤 최근 재벌그룹에 인수돼 새로운 환경에서재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두는 지난 94년 하반기에 사실상 대우그룹에 인수됐고 엔케이텔레콤도 비슷한 시기에 현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엔케이그룹에 인수됐다.

북두와 엔케이텔레콤의 경쟁구조를 살펴보면 모기업의 지원의지가 얼마나큰 영향을 미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재무구조면에서 보면 엔케이텔레콤이 북두보다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에서 엔케이텔레콤이 1백3%에 그쳐 국내기업 중에서도 매우우수한 수준인 반면 북두는 6백60%에 이르고 있다. 엔케이텔레콤이 지난해집중적인 증자를 실시한 반면 북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두는 특히 인수이전의 재무구조가 워낙 부실했다.

엔케이텔레콤은 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2백45억원 가량을 조달하면서 금융비용도 대폭 감소, 지난해에는 수입이자가 지급이자를 초과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북두가 불과 2백여만원의 경상이익을 낸 반면 엔케이텔레콤은 5억5천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순수한 영업수익만을 보면 북두가 엔케이텔레콤보다 우수한 것으로분석된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엔케이텔레콤이 2백23억원, 북두가 2백5억원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엔케이텔레콤은 지난 94년에 전년보다 대폭 감소했다가 지난해 6%의 소폭 성장을 거둔 반면 북두는 3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매출원가율도 엔케이텔레콤이 지난 3년간 84.8%, 85.6%, 84.8%인데 비해북두는 78.1%, 76.9%, 82.2%로 지난해 크게 높아지기는 했으나 엔케이텔레콤보다는 아직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국내생산을 의미하는 제품 매출원가율은 엔케이텔레콤이 83.7%인데비해 북두는 76.1%로 크게 낮아 그만큼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제품 매출원가율 차이는 주로 제조경비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케이텔레콤이 지난해 파주공장을 준공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실시, 감가상각비·소모품비 등 각종 경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판매관리비에서도 엔케이텔레콤은 지난해에 31억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반면 북두는 18억원 정도로 거의 변동이 없다. 매출증가세와 비교해 보면 북두의 비용절감 노력이 상당히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특기할만한 또다른 사항은 이들 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상당히많다는 점이다. 매출 2백억원을 갓 넘는 이 두 회사의 재고자산은 엔케이가94억원, 북두가 82억원으로 거의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못한 현상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현재의 재무구조는 엔케이텔레콤이 우수하지만 성장성에서는 북두가 훨씬 낫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북두의 이같은 영업구조 개선에는 북두를 인수한 대우그룹의 지원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엔케이텔레콤의 매출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 비해 북두의 경우 매출의내수의존도가 지난해 급격히 높아진 것은 바로 대우자동차 등 대우그룹 관계사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며 북두의 판매관리비가 매우 안정적인 것도사실은 대우그룹의 지원 때문이다. 즉 거래처를 대폭 정리하고 대우자동차에집중 공급함으로써 매출증가 속에서도 판매관리비는 늘어나지 않았다고 볼수 있다.

지난 한해만 보면 엔케이텔레콤에 대한 엔케이그룹의 지원보다는 대우의북두에 대한 지원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케이텔레콤 역시 지난해 파주공장 준공을 계기로 카오디오사업에본격 진출, 올해 현대자동차를 집중 공략하면서 1백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등 그룹의 강력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이들 두 회사의 우열은 그룹차원에서 얼마나 강력한 지원을받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 분명하며 양사의 대결은 그룹의 대리전 양상을띠게 될 전망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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