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산업 불황 민관 공동 극복해야

가전산업이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맞고 있다.

컬러TV를 비롯한 VCR·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오디오 등 주요 가전제품의 상반기 내수가 적게는 3%, 많게는 10%까지 줄었다. 매년 신장세를 보였던 컬러TV나 VCR를 비롯한 대부분 가전제품이 올해들어 매출 감소세를 보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위성방송의 시험도입,애틀랜타올림픽 개최 등 호재가 있는데도 경기를 밝게 내다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최근 일본산 VCR가 국산 제품보다 오히려 싸게 팔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외국산 대형TV·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의 유입이 크게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심지어 소형 오디오 제품은 시장에서 활개를쳐 국산제품이 설 자리를 잃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제품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가전제품의 보급률이 1백%에가까워 국내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또 총선 실시와 올해부터 시작된 산업 전부문에 걸친 경기 침체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침체된 경기를 당연시 여기며 경기가 되살아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없다.

우리의 전자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생산면에서 보면 지난해 3백34억달러로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특히 가전산업은 71억달러를 생산,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안정적인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출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따른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들어 빚어지고 있는 가전산업의 내수부진 현상은 쉽게 보아넘길 사안이 아님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최근 가전산업에 불어닥치고 있는 불황에 대해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상반기에 발생한 내수 부진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가전업체들이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거시경제 자체가 침체되는 상황이지만 에어컨과 같은 고가(특히 패키지에어컨)의 제품이 잘 팔렸으며 또 외국산 컬러TV나 냉장고·청소기 등도 매출이 크게 증가한 점 등을 보면 국산 제품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우려감이 일고 있다.

이제 국내 가전시장은 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요를확보하기 어렵게 됐으며 특히 품질경쟁력이 곧 진정한 경쟁력의 요체로 떠오르고 있다.

국산 제품도 일부이긴 하지만 오히려 고가·고품질 제품은 잘 팔린 점을보더라도 앞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가 있다.

따라서 이번을 계기로 국내 가전업체들도 이제 더이상 일본이나 미국 따라잡기식 제품 개발 관행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신제품을 개발, 해외시장은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외제품과 승부를 겨뤄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화되는 추세에 주목해 디자인 개발에도 한층 심혈을 기울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그야말로 세계 제일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불황이 닥칠 때마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과당경쟁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가전제품과 같은 성숙기 시장에서 가격으로 과당경쟁을 벌이면 제한된 시장규모 때문에 신규 수요 창출효과는 거의 없고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게돼 결국 가전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정부도 가전산업의 중요성을 인식, 가전산업 불황을 타개하는 데 뒷받침을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외제품이 국경없이 들어올 것에 대비, 국내 산업이 굳건히 버틸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같은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산업 육성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불황의 터널은 업계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 될때 더욱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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