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LG와 대우의 유리벌브사업 진출설이 마침내 사실로 판명됐다.
LG전자는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합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유리벌브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대우전자는 아직 합작 파트너를 밝히지 않았지만 프랑스에 합작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와 대우전자가 유리벌브사업 진출을 시도하게 된 것은 지난 94년부터 계속돼온 유리벌브 공급부족사태 때문이었다. 당시 브라운관사업이 초호황을 구가,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으나 유리벌브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던 두 회사는 직접 유리벌브사업에 진출하려는 프로젝트를 내밀히 추진해 왔다.
어쨌든 LG와 대우의 유리벌브사업 진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3사는 이제 TV와 모니터 등 세트에서부터 브라운관·유리벌브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전자관디스플레이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관을 통해 브라운관을, 삼성코닝을 통해 유리벌브를 생산하는 계열사간 수직계열화를 가장 먼저 이룩했으며 대우전자 역시 브라운관의 오리온전기와 신설될 합작계열사를 통해 유리벌브를 생산하는 계열사간3각 협조체제를, 자사내에서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LG전자는 인도네시아 합작공장과의 공조체제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 3사의 이같은 독자적인 전자관사업의 수직계열화는 부품의 수급 안정화와 세트의 가격경쟁력 제고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와 대우의 유리벌브사업 진출은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라는 양대산맥으로 형성된 국내 유리벌브 업계뿐만 아니라 세계 유리벌브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유리벌브의 공급과잉사태. 지난해까지 공급부족이던유리벌브는 국내업계와 일본업계간의 경쟁적인 신·증설로 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와 대우의 유리벌브사업 진출은 공급과잉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또 하나는 유리벌브시장에서 한일간의 각축전이 어떤 양상으로 변모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사히와 NEG라는 공룡이 세계 유리벌브시장을 장악하고있는 와중에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가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해외로 뻗어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LG와 대우의 해외합작공장 건설이과연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는 LG와 대우가 누구를 파트너로 하고 지분을 어떻게 나눠가지느냐 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있다.
국내 유리벌브업계 관계자들 사이엔 『대우와 LG가 일본업체들을 파트너로지분참여정도 수준의 합작을 한다면 기존 국내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을 견제하고 세계시장을 장악하려는 일본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꼴』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대우와 LG의 유리벌브사업 진출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아뭏든 이것이 견제와 추격으로 특징지어지는 한일간의 경쟁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만은 확실하다.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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