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의 땅에서 외부세계로 나가는 이 선의 이용자 수가 수용가능량보다훨씬 많은 관계로 다른 고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귀하의 전화가 곧 단선될 예정입니다....』
교환원의 얼굴이 화면에 비친다.
『쿤달리니, 이번엔 네 차례야.』
셔파가 말한다.
『고마와, 셔파. 그런데 이것 틀림없이 나가겠지?』
『걱정마. 연결되어 있어.』
『저쪽은 지금 몇 시지?』
『우린 지금 다른 시간대에 있어.』
래리가 알려준다.
『여기하고 불모의 땅은 별 차이가 없어. 하지만, 여기하고 집하고는.... 그 많은 압축층마다 다 통과해야지, 또 시간이 장난치지 하면, 내 생각에,며칠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할꺼야.』
트레보르도 지불하는 구멍 앞으로 다가서서 얼굴을 가까이 댄다.
『안녕하세요, 아빠? 저 때문에 걱정 많이 하시죠? 하지만 저 괜찮아요. 걱정 않하셔도 돼요. 지금 당장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곧 돌아갈 수 있게 될거예요. 약속할께요. 몇 단계를 더 끝내야 여기서 나갈 수가 있거든요.
이 게임 정말 무지무지하게 재미있어요. 온갖 희한한 것들이 막 달려들거든요. 악마, 좀비, 도깨비, 그리고 온갖 종류의 허기진 유령들이 막 달려들어요. 여태까지 본 것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 있죠? 아빠도 한번 보시면 이해할 텐데....
어이쿠! 죄송해요, 아빠. 인제 끊어야겠어요. 통화료가 많이 나오거든요.
아시겠죠?』
그리고는 슬쩍 미소를 짓는다.
『아빠, 이제 저한테 한 이천 볼트 주셔야 해요?! 알았죠?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트레보르가 카메라에서 한 발짝 물러서더니 묻는다.
『어땠어, 셔파?』
『잘 했어. 누구라도 믿겠더라구. 자, 이제 서둘러야겠어. 곧 어두워질 것같아.』
* 고비는 지평선에서부터 들리는 천둥소리에 고개를 든다. 순 과립의 흰색픽셀로 된 것같은 8천 미터 높이의 거대한 산봉우리가 설탕그릇을 비운듯 무너져 있다.
눈부시게 밝은 파랑색 공허가 빨아들이기 전, 흰 눈이 하늘로 치솟아 떠다닌다.
이제 고비의 발밑에 있는 땅이 흔들린다. 조금 있으니 온 몸에 진동이 전해와 마치 비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많이 본 뉴스
-
1
단통법 22일 폐지에…'자급제 활성화' 논의 부활
-
2
'배당성향 35%↑“, 금융지주 밸류업 전략 강화한다
-
3
단독토스뱅크, 인터넷은행 최초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리대출' 취급
-
4
LG 생기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 만든다
-
5
트럼프, 韓에 관세 서한 ... 8월1일부터 25% 상호관세 부과
-
6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4.6조원 '털썩'…재고충당·대중 제재 영향
-
7
기아, 전기 SUV 'EV5' 디자인 공개...준중형급 정통 SUV 바디타입 적용
-
8
위약금 족쇄 풀리자 SKT 1만명 이탈…보조금 100만원까지 치솟아
-
9
이재명 표 '부스트업' 온다…밸류업 정책 대대적 손질
-
10
네이버 치지직,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 독점 중계…SOOP 역전하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