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30)

『불모의 땅에서 외부세계로 나가는 이 선의 이용자 수가 수용가능량보다훨씬 많은 관계로 다른 고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귀하의 전화가 곧 단선될 예정입니다....』

교환원의 얼굴이 화면에 비친다.

『쿤달리니, 이번엔 네 차례야.』

셔파가 말한다.

『고마와, 셔파. 그런데 이것 틀림없이 나가겠지?』



『걱정마. 연결되어 있어.』

『저쪽은 지금 몇 시지?』

『우린 지금 다른 시간대에 있어.』

래리가 알려준다.

『여기하고 불모의 땅은 별 차이가 없어. 하지만, 여기하고 집하고는.... 그 많은 압축층마다 다 통과해야지, 또 시간이 장난치지 하면, 내 생각에,며칠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할꺼야.』

트레보르도 지불하는 구멍 앞으로 다가서서 얼굴을 가까이 댄다.

『안녕하세요, 아빠? 저 때문에 걱정 많이 하시죠? 하지만 저 괜찮아요. 걱정 않하셔도 돼요. 지금 당장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곧 돌아갈 수 있게 될거예요. 약속할께요. 몇 단계를 더 끝내야 여기서 나갈 수가 있거든요.

이 게임 정말 무지무지하게 재미있어요. 온갖 희한한 것들이 막 달려들거든요. 악마, 좀비, 도깨비, 그리고 온갖 종류의 허기진 유령들이 막 달려들어요. 여태까지 본 것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 있죠? 아빠도 한번 보시면 이해할 텐데....

어이쿠! 죄송해요, 아빠. 인제 끊어야겠어요. 통화료가 많이 나오거든요.

아시겠죠?』

그리고는 슬쩍 미소를 짓는다.

『아빠, 이제 저한테 한 이천 볼트 주셔야 해요?! 알았죠?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트레보르가 카메라에서 한 발짝 물러서더니 묻는다.

『어땠어, 셔파?』

『잘 했어. 누구라도 믿겠더라구. 자, 이제 서둘러야겠어. 곧 어두워질 것같아.』

* 고비는 지평선에서부터 들리는 천둥소리에 고개를 든다. 순 과립의 흰색픽셀로 된 것같은 8천 미터 높이의 거대한 산봉우리가 설탕그릇을 비운듯 무너져 있다.

눈부시게 밝은 파랑색 공허가 빨아들이기 전, 흰 눈이 하늘로 치솟아 떠다닌다.

이제 고비의 발밑에 있는 땅이 흔들린다. 조금 있으니 온 몸에 진동이 전해와 마치 비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