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력 관리자가 들어 온지 얼마 안되는 실원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였다.아직은 초안 정도만 필요하니 종이에 아이디어만 적당히 써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젊은 실원은 잘 정리된 문서작성기로 가져오더라는 것이다. 관리자는 몇가지 고쳐주며 자기에게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컴퓨터에의한 작성은 아직 필요가 없다고 다시 일러 주었다. 하지만 다시 가져온 내용은 전과 마찬가지로 가져왔다. 그것은 예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젊은이는 컴퓨터 문서가 훨씬 더 쉬워 그렇게 가져오는 것이라는 것을 그 관리자가 안것은 한참 뒤였다.
이 관리자의 하소연인 즉, 자기는 펜을 들어야 생각이 나는데 그 젊은이는PC앞에 앉아야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문서작성이나 입력속도에 관한한 이제는 세대가 뚜렷이 구분되기 시작하고 있다. 뒤늦게 컴퓨터를 아무리 익혀도 역시 입력 속도는 젊은이들의 PC통신 채팅 등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로화 현상이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훨씬 젊어서 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다른 분야와 다른 점이다.
나이를 들면서 학문이 점점 더 원숙해지는 분야가 있고, 반대로 점점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분야가 있다. 한없이 빨리 변하고 있는 정보통신 컴퓨터 분야는 후자의 제일 심한 경우로 잘 알려져 있다. 직장에 들어 갈 때는그래도 자기가 가장 활발한 사원이었는데, 어느새 후배에게 점점 밀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게 이 분야이다. 한때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15년전의제5세대 컴퓨터 연구소인 ICOT의 연구원을 35세 이하만 뽑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것이고, 외국의 어느 게임 전문 업체는 15세가 정년 퇴직이라는 농담 비슷한 소문은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그러면 정보분야의 무엇이 변하기에 이런 현상이 나는가? 예전의 3C는 컴퓨터·통신·통제의 통합 현상을 의미하였는데 이제는 끝의 C가 가전으로 바뀌었다. 다르게는 3C & E로 오락 분야가 더 붙기도 한다. 이 3가지 또는 4가지는 점점 통합되어 컴퓨터인지 통신기기인지 가전제품인지 오락 기구인지구분이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다. 이는 종전의 전문가 위주의 컴퓨터가 이제는 누구나 가전도구 처럼 쓰는 일상 도구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필연적으로 제품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따라서 기술의 생명 주기를 더욱 빠르게 한다. 일반인의 쉬운 접근 현상은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개발을 생명으로 하게 되었고 아울러 멀티미디어 정보를 기반으로 하게 된다.
더욱이, 더욱 빨라지는 통신과의 결합은 정보기술 변화의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다. 그동안 윈도우에 의한 운영체제가 겨우 자리를 잡는가 했더니 이제는 인터넷에 의한 새로운 개념의 대체 운영체제가 자바 등에 의해 시도되고있다. 이에 더하여 아예 서버에서만 필요한 프로그램을 받아쓰는 네트워크컴퓨터(NC)가 등장 직전에 있어 기존의 컴퓨터 및 정보통신의 개념을 계속혁신하고 있다. 여기에 각 선진국들은 정부까지 가세해 국가 초고속망을 구축하느니, GII같은 국제 프로그램으로 세계망을 구축하니 하고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경쟁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현대가 변화의 시대인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젊은사람보다는 좀 더 경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계속해서 변화에 적응해왔으니 더 유리한게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왜 더 먼저 조로 현상이 오게 되는가? 후발의 젊은 사람이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더 빨리배워오는 것도 아니고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기는 젊으나 늙으나 동시에 닦치는 형편인데 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결국 새로운 것에 대한 집중적인 적응 및 시간 투자를누가 더 많이 하는가에 달려 있는 듯 싶다. 더구나 짜증날 정도로 복잡하기짝이 없고 어느 때는 어이 없을 정도로 반복적인 시행착오적 시간 소모를 요구하는 정보기술 개발 분야의 일을 하기에는, 젊은 정력과 임기응변, 그리고때에 따라서는 엉뚱한 상상력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역시 젊은이의 몫이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정보기술 분야에서도 세대차를 극복할 생산적 역할분담이 어떤 것인지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아주대학교 정보및컴퓨터공학부 박승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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