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EC 제휴 배경과 의미

이번 삼성과 DEC의 전략적 제휴는 삼성의 MPU시장 본격참여를 의미한다는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삼성의 MPU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0년 초 미국 휴렛패커드(HP)社와 PA아키텍처 부문에 대한 협력관계를 맺고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HP와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력제품이 32비트 제품인데다 양사의 이해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DEC와의 알파칩 제휴는 그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성공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우선 삼성의 입장에서는 D램 가격급락 등 반도체 시장변화로 어느때보다 MPU를 포함한 비메모리제품 사업본격화가 절대절명의 과제로 와닿고 있다. 또 알파칩은 처리속도 등 성능면에서 선·IBM·HP 등 경쟁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RISC칩 시장상황도 인텔이 주도하는 복합명령어(CISC)칩에 일방적으로 몰렸던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호전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제휴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업계전문가들은 각종 응용기기의 처리속도 급진전으로 98년 이후에는 RISC칩의 급부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그간 PC시장은 CISC칩으로, 서버·워크스테이션시장은 RISC칩으로 나뉘였던영역구분이 사실상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이미 몇몇 데스크톱 고급기종에서는 CISC칩보다 최고 3배 정도 빠른 64비트 RISC칩 개념을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은 이번 제휴를 통해 MPU의 회로설계 및 생산기술을 습득해 균형적인반도체사업을 도모하고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MCU를 자체 생산함으로써 향후컴퓨터시장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DEC도 주력사업인 PC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칩사업을 삼성의 앞선 공정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경우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의 이해관계가 이처럼 「윈-윈」으로 이어지고 RISC칩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의 간판 상품격인 MPU시장에서도 삼성의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선(스팍칩), LG-선(자바칩)에 이어 이번 삼성-DEC의 제휴로 국내반도체 3사는 이제 모두 MPU시장에 본격 진입한 셈이다. 메모리와는 회로설계 및 생산구조가 다른 이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3사가 어떻게 자리매김을해나갈지 두고볼 일이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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