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운 기간동안 재계를 온통 들썩이게 만들었던 신규통신사업권 경쟁이 막을 내리고 이제 국내 통신 시장은 본격적인 무한경쟁 시대를 맞게됐다.
27개의 신규 기간통신 사업자가 선정됨으로써 1백년동안 독점 내지는 과점형태로 유지돼온 국내 통신 시장은 붕괴되고 실력있는 기업 만이 살아남는적자 생존의 세계로 바뀌게 된다.
신규 사업자 선정은 사실상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시장 구조의 대변혁을 가져올 혁명적인 조치다.
이번 신규통신사업자 허가계획은 90년 이후 4차례에 걸쳐 추진해온 정부의통신사업 구조조정 작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무선호출·국제전화·시외전화·이동전화 부문에 도입한 복점 체제는 이번 완전 경쟁 도입을 위한 실험적인 성격이 짙다.
이번 허가로 국내의 기간통신사업자는 현재의 15개에서 42개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지금보다 3배 가까운 사업자들이 21세기 정보통신 전문 기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생존을 건 총력전을 펼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숫자의 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한 것은 98년으로 예상되는 대외 개방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개방이전에 국내 사업자들에게 경쟁 상황을 경험케 함으로써 외국업체와의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에게까지 PCS라는 대형 통신사업권을 허가키로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PCS사업권을 획득한 LG그룹 같은 경우,통신장비 제조업과 통신서비스업을 겸영할 수 있게 돼,새로운 통신 전문 거대 그룹으로 비상할 수있는 기회를 맞게됐다.
이번 통신사업 구조조정 조치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가장 많은 사업자를 허가한 PCS등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이다.
신규 사업자 가운데 무선통신 분야는 PCS 3개사업자를 비롯,무선데이터통신 3개,CT-2 부문에 11개(한국통신 포함),TRS 6개,무선호출 1개등 24개에 이른다.
기존 2개 이동전화 사업자와 10개 무선호출 사업자,한국TRS등 13개 사업자를 포함해 총 38개의 무선통신사업자가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조만간 사업자가 나타날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FPLMTS)과 범세계이동개인휴대통신(GMPCS)등 글로벌 멀티미디어 무선통신서비스 분야까지 가세할 경우,무선통신 시장은 말 그래로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무한경쟁을 맞게 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금지돼있는 한국통신과 같은 이른바 거대 종합정보통신 기업 탄생도 예상된다. M&A가 합법화 될 경우,대형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지역사업자나 보조적인 통신서비스 업체를 경쟁적으로 인수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자들에게는 이번이 「절호에 기회」인 반면 독과점이라는 정부의보호속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배짱장사에 맛을 들여온 기존 통신사업자들에게는 「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신규사업자들이 그동안 각종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단련된 민간기업들이라는 점은 엄청난 부담이다.
27개에 달하는 통신사업권 허가는 결론적으로 국내 통신시장의 판도는 물론이고 재계의 판도까지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번 통신사업자 선정이 재계 전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거대 재벌간 연합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던 재계 1.2위의 삼성-현대그룹은 패배에 따르는 후유증보다는 향후 예상되는 재계 판도 변화에 신경을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사업권 경쟁의 최대 승리자로 평가되는 LG그룹의 경우,사상 유례없는「통신장비 제조 및 통신서비스 겸영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따내면서 최대의 도약 기회를 맞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삼성-현대-LG라는 재계순위가 이번 LG의 PCS사업권 획득으로 2000년대 초반에 뒤바뀔 가능성마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만으로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 사업자 선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단추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경쟁력」이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할 난관이 수없이 많다는 뜻이다.이미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까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통신장비 시장을 겨냥해 파상적인 개방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것에 통신 업계는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우선 가장 급한 불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과 낙후된 통신장비 산업을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우선 인력 문제의 경우,신규통신사업자들이 사업 개시를 위해 97년 말까지필요한 기술인력은 약 2천7백여명으로 추산되는 데 비해 신규 사업자들이 확보한 인력은 1천5백여명에 불과하다.당장 1천명이 넘는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장비와 인력 확보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체제에 따르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는 준비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점 또는 2~3개 사업자간 과점 체제만을 겪어본 경험으로 완전 경쟁에 가까운 환경을 소화시키는 데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올해 초 2개사간 경쟁이 시작된 시외전화와 이동전화 분야에 수개월이 넘도록 공정 경쟁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려 40개가 넘는 통신사업자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면서 발생하는 각종분쟁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무엇보다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통신사업자 허가는 단지 1라운드에 불과하다.같은 의미에서 섣불리재계의 판도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재계의 순위싸움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내년부터 이번 사업자 선정에 버금가는 통신사업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무선과 유선을 통합,멀티미디어 형태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FPLMTS를필두로 전세계를 하나의 이동전화망으로 엮는 범세계이동개인휴대통신(GMPCS)등 10여개 분야에 20개를 넘는 신규 사업자가 98년까지 허가될 예정이다.
심지어는 백년 독점 서비스인 시내전화 부문에도 빠르면 내년부터신규사업자가 허가되고 제3의 시외전화 사업자도 조만간 등장할 예정이다.
98년 이후 통신시장이 자유화되면 통신사업자간에 이합집산으로 국내 통신업계는 또한 한번의 예상할 수 없는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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