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SW육성과 월드컵 유치

朴元敏 한국멀티미디어연구조합 이사장

요즘 나라 전체가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다. TV, 라디오 할 것 없이 국내의 모든 방송이 월드컵코리아를 외치고 있다. 방송출연진들도 프로그램의시작과 끝에 「월드컵은 코리아에서」라는 멘트를 잊지 않는다. 모든 신문·잡지 등의 기사내용에서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따른 국제축구연맹(FIFA)의동향을 하루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또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급 학교에서는 2002년 월드컵 개최지로 반드시 코리아가 선정되어야 한다고 각종 행사를 벌이며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정부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전 각료가 소위 월드컵 행정과 외교를 펼치고 있다.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가지 목적을 위해 온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노력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화합과 단결된 모습을 보는 듯하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광고에 「월드컵 유치는 사가 앞장서겠습니다」라든가 「당사는 월드컵코리아를 기원합니다」 심지어「월드컵 유치기원 전품목 특별세일」 등 다양한 문구로 신문·잡지 등의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유치를 위한 FIFA의 투표가 가까워지자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공을 제작하여 전시하는가 하면 거리 곳곳에는 각종 깃발과 대형광고탑이 세워지고 차량마다 유치기원 스티커를 부착하고 세계적인 팀들을초청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경기장을 가득 메우도록 관중을 동원하는 등홍보활동도 절정에 이른 것 같다.

최근에는 월드컵이나 축구에 대해 그다지 높은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자연스럽게 「월드컵 코리아」를 외친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월드컵의 유치로 해서 파급되는 경제효과가 최소한 2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엄청난 규모임에 틀림없다.

그밖에 전세계인들의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짐은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경쟁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이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어 반드시 우리가 유치해야 한다는 각오가 자못 비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반드시 2002년 월드컵은 코리아에서 개최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기도 한다. 설사그렇지 않게 되더라도 국민 모두가 서로 뜻을 모우고 힘을 합하는 지혜를 서로 확인하는 계기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값진 교훈이고 수확이다. 올림픽을성공적으로 치러낸 국민적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우리 국민은 한다면 하는가 보다. 이러한 국민적 열기를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월드컵 유치를 위해서는 일본과 사생결단을 낼 듯 경쟁을 벌이지만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에는 신기하리만큼 조용하다. 오히려 앞다투어 일본으로부터 게임 등의 소프트웨어를 수입하는 등 개발자나 유통업자·사용자 모두가 일본의 절대적 비교우위를 인정하는 행위를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일본의 독도문제·태평양전쟁·정신대문제 등의 망언에 대해서는 여론을 만들어가며 한동안 지속적으로 정치·사회 쟁점화시켜국민감정에 호소하지만 문화적으로 종속되어 가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감각하다.

국내의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90% 이상은 닌텐도나 세가 등의 일본 게임기를 사용한다. 게임기가 일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다. 게임팩 등의 소프트웨어를 경쟁적으로 들여오거나 선호하는 분위기가 문제이다.

지금껏 일본에서 PC용 소프트웨어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NEC라는 자국의 시스템을 고집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IBM 호환을 채택한일본이 전자와 자동차에 이어 소프트웨어에서도 미국을 이기겠다고 달려들면과연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정말 문제다. 우리는 한·일전이 벌어지는 각종 스포츠경기에서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며 승리를 기원한다. 이젠 소프트웨어의 경쟁에서 한번 해볼 만한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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