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자동인식기술의 표준화

그동안 대형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코드 관련 장비들이 생산현장의 물류관리, 공장자동화 부문으로 퍼진 데 이어 최근에는일반 사무실의 출·퇴근 관리나 시내버스 요금징수 등에 활용되는 것을 보면첨단기술의 발전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새삼 실감한다.

사람과 굳이 비유하면 눈과 느낌을 전자화하는 자동인식산업은 좁게는 자동판매기에서부터 넓게는 지문인식·음성인식·화상인식 부문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AIM(Auto Identification Manufactures)이라는 전세계자동인식기기 공급자 모임까지 결성돼 있다.

AIM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통합기구격인 AIM International에서 기기의 표준화·향후 신제품 기술에 관한 표준안을 확정하고있다.

우리나라 역시 AIM KOREA를 결성하고 AIMI에 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22개 업체가 국내 자동인식산업분야에 나름대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바코드 리더·스캐너·카드 리더·RF시스템·바코드 프린터 등 대부분이 국내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에 힙입어 국산화가 이뤄졌으며 성능과품질도 외국장비에 비해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첨단분야 인식장비의 대부분은 미국과 일본에의존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기술력이 국내업체보다 높다는 것은 틀림없는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기술표준화나 기술사항을 국내업체나 정부가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AIMI의 중심국인 미국과 유럽 등은 국제표준기구(ISO)를 통해 바코드및 RF체계의 표준화 실현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표준화란 현재 쓰이고 있는모든 바코드를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든 동일하게 인식토록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미국에서 달리던 차량이 일본이나 한국의 톨게이트를 통과해도 요금징수 또는 차량파악이 가능토록 하는 것인데 3개년 계획(AIM 3years Strategic Plan)으로 추진중인 표준화는 오는 98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AIM 상임이사국 자격으로 이 계획에 적극 참여, 아시아시장에서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나 외국업체들은 여전히 한국을 「주인없는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유명한 바코드 장비업체는 전세계 시장을 겨냥, 자사 제품의 표준화를 위해 영어·독어·프랑스어·이탈리어·스페인어 등과 중국어·일본어는 물론 한글에 맞는 바코드체계를 완성해 각국을 돌며 대대적인 홍보행사를 가졌는데 제품의 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AIMI의 3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지금이야말로 국내 업계에는 외국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오는 2000년 이후의 변화를 가져올 이 계획에 우리의 기술이나 주장을 반영하고 기술을 공유토록 하는 것이 정부와 업체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려면 민간업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특히 안정적인 자금확보 방안이 없으면 영세한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林松岩 자동인식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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