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통계의 진위

통계자료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새긴 천문도와 같다. 수많은 별중에 몇 개가 잘못 그려져 있어도 당장은 탈이 없다. 그러나 북극성의 자리매김이 잘못되었다면 나그네는 제 길을 찾을 수 없다.

통계란 틀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파한 사람도 있다. 오차도 있고인용자 편의에 따라 견강부회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정확한 통계자료에서 출발한다. 통계자료를 「대충」분석한다면 결국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한전의 발표자료가 이를 생각케 한다. 한국갤럽은 국내 처음으로 PC 및 주변기기·소프트웨어·PC통신 관련 사항을 신디케이트 조사방법으로 전국 4천8백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PC인덱스」보고서를 내면서 우리나라 가정용 PC보급률은 35.2%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세 가구당 1대꼴로 PC가 설치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한전도 전력수요 예측을 위해 전국 2천7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가전기기 보급률 조사연구」를 통해 87년까지 불과 2%밖에 안되던 우리나라 가정의 PC보급률이 지난해 말에는 무려 61%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자료대로라면 한집 건너 한집씩 PC를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컴퓨터업계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정용 PC보급률이 13∼15%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가정정보화가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되어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PC보급률도 30%를 조금 넘는다. 미국의 소프트웨어제조협회(SPA)는 올해 미국 홈PC 보유율을 33.9%로 발표했다.

갤럽과 한전의 PC보유율 조사결과는 분명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계나 조사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차이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너무나 현격할 경우에는 이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통계가 PC업체의 제품생산이나 영업계획에그대로 투영된다면 그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팔리지도 않을 제품을 많이생산해 창고에 쌓아 놓거나 가격정책을 잘못 구사해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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